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반 올 림 |
반올림 이메일 sharps@hanmail.net 전화 02-3496-5067, 홈페이지 sharps.or.kr |
[보도자료/성명]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출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혈액암 산재 인정 판정을 환영한다. - 반복되는 반도체노동자 혈액암 피해에 대하여 기업과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 - 부실한 조사와 판정에 대하여 공단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
배포일 : 2026. 8. 31. (월) |
문 의 : 010-4269-4107 (김민호 노무사/유족대리인, 반올림지원노무사모임), 010-8799-1302 (이종란 활동가/노무사) |

삼성 생산기술연구소 홈페이지 그림 https://www.samsung-dxrecruit.com/dept/detail/C0006
[성명]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출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혈액암 산재 인정 판정을 환영한다.
- 서울남부판정위, 사실관계 오인으로 불인정한 판정을 뒤집고 산재 인정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라인 셋업 등 평소보다 위험할 때 라인 출입
- 라인출입 기록 폐기 등 어려움...과도한 입증 요구 관행 개혁 시급
- 반복되는 반도체노동자 혈액암. 기업과 정부는 예방대책 마련하라
삼성전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LCD, OLED) 생산라인을 출입하며 22년간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사망한 노동자 류00님(75년생 남성)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가 8월 7일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했다.
이 사건은 2025년 9월 같은 질판위에서 불인정되었으나,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에 관련자료에 대해 정보공개청구(질병판정위원회 심의안, 재해조사서 등)를 하여 중대한 오류를 발견(유해물질 노출된 사업장 기록의 누락, 부실한 심의 등), 이를 근로복지공단에 문제 제기하고 최초 신청을 다시 한 결과 뒤집혔다.
이 사건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드나들며 일해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직접 화학물질을 취급하지 않아도 라인 셋업 등 기간에 라인 내에서 상주하며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고, 라인 출입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및 셋업 업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생산라인 근무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하여 공단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다.
반올림은 고 류00 님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결정을 환영하며, 다시 한번 드러난 반도체 혈액암 위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삼성과 정부에 촉구한다. 특히 셋업 등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비정형적, 고위험 작업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또한 지난 8월 16일에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일한 사내하청(상주협력사) 노동자가 악성 림프종(혈액암)으로 사망하였다. 이재명 정부는 메가프로젝트 등 반도체 산업의 무리한 확장에 ‘속도전’을 주문할 것이 아니라, 이 산업에 만연한 직업성 질병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 들여다보고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한편, 유가족 측이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았더라면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거나 소송까지 내몰렸을 것이다. 산재에서도 ‘신속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재해조사가 부실해져 불승인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번 한번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시는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첨부>
업무상질병판정서
----------------------------------------------------------------------------------------------------------------------
1. 유가족(배우자)의 심정
어려서부터 로봇을 좋아했던 남편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로봇개발그룹 생산기술연구원에 근무했습니다. 남편은 라인에서 사용되는 반송로봇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자주 아산(탕정)공장으로 파견근무를 갔습니다. 매년 몇 달씩은 매일 다녔습니다. 매일 11시 밤늦게 귀가해 저는 독박육아를 해야 했습니다. 남편은 라인에서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진이 빠진다며 늘 피곤해 했습니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자상한 남편이었지만 바빠서 둘째와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둘째가 첫돌 때까지도 아빠를 낯설어하고 울면서 도망칠 정도였습니다. 가끔 남편이 잠든 둘째를 안으면 손가락이 아파서 오래 안아주지는 못했습니다.
2014년 봄, 화성 반도체로 근무지가 바뀌었는데 라인 근무로 힘들어 했습니다. 화성사업장으로 출근한 지 몇 달 뒤 남편은 혈소판감소증이 생기었고, 이듬해 여름 재생불량성빈혈이 생겼습니다. 그런 뒤에도 주2~3일 정도 라인 근무를 계속하다가 2023년 여름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혈액암을 진단받고서야 라인 근무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2024년 7월 26일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단란하고 화목 했던 우리 가족은 한순간에 무너져 긴 시간을 침묵과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답니다. 그냥 살아있으니 살아내던 시간들.... 건강하던 남편이 왜 이렇게 혈액암이 생긴 것일까? 의구심이 들어 반올림 노무사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조사를 하던 중 2012년부터 수년간 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으로 포토공정 셋업 멤버로 여러 차례 출장을 다녔었는데 탕정에서 같은 라인 근무자 한 분도 남편과 동일한 상병으로 2023년에 사망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 아빠가 이렇게 된 것이 회사근무 중 유해물질 노출 때문이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비통하고 억울한 마음에 산재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에 라인 출입 기록을 요청했지만 3개월 정도만 보관하고 그 이전의 기록들은 다 폐기되어 없다는 대답을 듣고 너무나 유감스럽고 속상했답니다. 그래서 남편 동료분의 증언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하시며 죄송하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다행히 남편과 함께 일한 000 동료분이 도와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5년 첫 산재 신청은 공단의 실수로 중요 부분이 누락되어 인정되지 못해 2026년 재심의를 하게 되었고 승소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기업 삼성이기 때문에 판정위원분들이 과연 정직하게 판단내려 주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으나 남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봐 주시고 올바른 판단을 해주신 판정위원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하늘에 있는 아이 아빠도 많이 억울했을 텐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게 되어 한시름 놓았을테지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억울함만을 가지고 가셨다고 하기보다는, 산업로봇 연구원이라는 멋진 일을 열심히 하였던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어, 자라면서 큰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이나 인력등의 투자를 경영적인 측면에서 우선순위를 높이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관련 법규를 최고 수준에서 이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발병 경위와 산재인정 의의
고인은 1975년생 남성으로, 200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4년까지 생산기술연구소에서 반송 설비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며 아산사업장 라인 셋업 기간에 수시출장을 다녔고, 이후 2023년까지 화성사업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설비 진단 업무를 담당했다. 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음에도 화성사업장 전보 몇 달 뒤인 2014년 혈소판감소증에 이어 2015년 무형성빈혈, 2023년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잇따라 진단받고 항암치료 등 시행하였지만 2024년 7월 26일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구분 | 내용 |
재해자 근무 이력 | 2001년 삼성전자(주) 수원 생산기술연구소 입사(반송설비 S/W개발, 아산1·2사업장 LCD,OLED 라인 셋업 기간에 수시 출장) 2014년 화성사업장 전보(설비엔지니어링그룹, 메모리부품엔지니어링그룹, 라인 수시 출입) |
진단 경과 | 2014년 11월 혈소판감소증 진단 → 2015년 7월 무형성빈혈 진단 → 2023년 8월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진단 → 2024년 7월 26일 사망 |
유해인자 | 벤젠, 포름알데히드, 비소, 전리방사선 등 |
유해인자 노출기간 | 혈소판감소증 진단일까지 9년 이상 무형성빈혈 진단일까지 10년 이상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일까지 18년 이상 |
최초 신청 | 2025년 2월 접수 → 2025년 9월 산재 불인정 |
재신청 | 2026년 5월 접수 → 2026년 8월 7일 산재 인정 (8월 20일 승인 처분) |
질판위는 판정서에서 고인이 약 17년 이상 비정기적으로 생산라인에서 근무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 과정에서 유해 물질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송(자동화)설비 담당자는 라인 전체를 이동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도 벤젠 등 라인 내 모든 유해인자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으로,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지 않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안전하다'는 통념을 뒤집는 판정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요령(2018)」도 벤젠 관련 혈액암은 노출 후 6개월 이상 지나 발병하면 업무관련성이 높고, 정량적 노출수준은 인정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번 판정과 맥을 같이한다.
3. 중요 사실관계 누락. 재신청으로 바로 잡음.
이 사건은 2025년 2월 유족이 처음 산재 신청을 했으나 역학조사 없이 같은 해 9월 불승인 처분되었다. 이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조사 및 판정 자료를 모두 확인한 결과 근로복지공단의 중대한 사실관계 오류를 발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오랜 기간 고인이 출입하였던 아산사업장 근무기록을 누락시켰다.
고인은 2005~2014. 아산1·아산2사업장, 2014년부터 화성사업장의 생산라인에 출입을 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은 단지 화성사업장 근무만으로 심의안을 상정했다. 판정위원들은 이러한 심의안을 근거로 고인이 화성사업장 전보 이후부터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았고, 혈소판감소증 및 무형성빈혈 진단일까지의 노출 기간이 1년으로 짧다고 오인하였다. 이에 위원 7명 중 4명이 불인정 의견을 내어 불승인되었다. 청구인이 낸 자료는 살펴보지도 않고 공단이 정리한 심의안만 보고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에 유족 대리인이 오류를 지적하며 2026년 5월 11일 재신청했고, 질판위는 2026년 8월 7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2026 판정 제2836호).
4. 셋업 기간은 비정상적인 작업환경 … 안전보건 사각지대
고인은 아산사업장에서 LCD 자동반송설비 및 OLED 증착설비 셋업 업무를, 화성사업장에서는 반도체 설비 설계 업무 등을 각각 수년간 담당했다. 신규 라인이 설치될 때마다 3개월 이상 생산라인에 상주하며 설비를 셋업 했고, 이후 안정화될 때까지도 수시로 라인에 출입했다.
라인 셋업 및 테스트 기간은 일반 양산 단계보다도 ▲ 환기·배기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거나 미흡하고 ▲ 작업 방식이 불안정하며 ▲정해진 기일을 맞추기 위해 업무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 1년에 1~2회 실시하는 작업환경측정은 양산 단계에서의 측정이고 일회적인 측정일 뿐이다. 따라서 셋업 기간의 위험한 작업 환경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은 수백 종의 유해화학물질과 전리방사선 등 복합적인 유해 요인에 빼곡한 공간으로 조금만 안전보건 관리가 소홀해져도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중 라인 셋업 기간은 안전보건관리의 큰 사각지대인 것이다. 셋업 기간의 이러한 문제는 반복해서 지적되어온 문제이지만 간과된 위험이기도 하다.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5. 라인 출입 기록 폐기(산재 은폐)… 출입기록 30년 보존의무 필요
이번 사건에서 업무관련성 판단을 가장 어렵게 만든 것 중의 하나는 삼성측이 생산라인 출입 이력을 90일치만 보관하고 있다면서, 고인의 라인 출입 기록을 제출하지 않은데 있다. 공단도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없다"고 하면다, 결국 진술과 업무 특성에 대한 추정에 의존해 판정이 내려졌다. 최초 신청 때는 다수의 판정위원이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불인정 의견을 냈고, 재신청 때도 이 같은 소수의견을 낸 위원이 있었다.
이번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간 반올림에서 진행해 온 다수의 삼성 직업성 질병 사건에서 90일 보존기간 경과를 이유로 라인(혹은 사업장) 출입 자료가 없다는 의견을 삼성은 19년째 되풀이하고 있는중이다. 아픈노동자와 유족에게 산재증명의 책임을 부과하고 있으면서도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법원은, 사업장의 비협조 등으로 입증이 곤란한 경우 이를 재해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고(2015두3867, 2017년 8월 삼성전자 LCD공장 다발성경화증 사건), 공단은 이를 계기로 2018년 판단요령을 제정해 같은 취지를 명시했다. 그런데도 삼성이 출입기록을 폐기해 입증을 곤란하게 만들고, 그 불이익은 재해자와 유족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산재 은폐나 다름없다. 산재 입증에 필요한 모든 기록들은 발암물질 작업환경측정보고서의 보존기간과 동일하게 30년으로 의무화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6. 상당인과관계 판단은 의학적‧ 자연과학적 관점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임을 법제화해야 함
이번 사건은 재신청을 통해 공단에서 바로잡은 드문 사례지만, 많은 경우 공단의 부당한 불승인 처분으로 인하여 행정소송까지 가고 있다. 특히 ‘특정물질(요인)’에 ‘충분하게 노출’되었다는 ‘증거’를 요구하며 불승인을 남발해 왔다. 반도체 산업 뿐 아니라 전체적인 직업성암 사건 인정율이 가파르게 감소하여 2025년 44.1%(신청건수 대비 인정율) 밖에 되지 않는다.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구조적 불합리, 기업의 은폐, 객관적 기록의 부재, 공단의 조사 부실, 첨단산업의 불확실성 위험 속에 막강한 물적‧ 인적 자원을 갖춘 기업과 국가도 밝히지 못한 직업병 원인을 노동자 측에게 밝히라는 잘못된 공단의 판단 관행은 끝내야 한다.
이미 오래전에 형성되었던 대법원 판례와 같이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는 ▲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017.8. 29.선고 2015두3867 판결)
이상과 같은 판단기준을 법제화하여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부당하게 불승인 판정을 남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7. 의사 중심의 공단 질병판정위원회 개혁해야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근로복지공단은 스스로 마련한 판단 기준조차 지키지 않아 왔다. 공단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요령」에는 ▲노출기준 초과 여부 등 정량적 노출수준을 인정의 필수 조건으로 보지 않을 것 ▲현재 노출의 명백한 증거가 없어도 과거 노출이 추정되고 다른 원인이 명백하지 않다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것 ▲희귀질환은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 취지를 반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의사 중심으로 구성된 질판위의 심의 과정에서는 정량적으로 노출 수준이 높다는 증거를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의학적 인과성을 이유로 불승인을 반복해 왔다.
따라서, 국회에서 산재 판단기준에 대한 규범적 판단기준 법제화와 동시에 근로복지공단 행정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현재의 의사 중심의 판정위원회를 해체하고 규범적 관점에서의 판단을 잘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가 도입된지 19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판정위원 실명제 조차 되지 않는 등 현재의 의사 중심 판정위가 가진 한계는 명백하다. 앞으로 사회보장제도에 걸맞는 포용적인 산재 제도로 거듭 나도록 산재판정위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반 올 림
반올림 이메일 sharps@hanmail.net 전화 02-3496-5067, 홈페이지 sharps.or.kr
[보도자료/성명]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출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혈액암 산재 인정 판정을 환영한다.
- 반복되는 반도체노동자 혈액암 피해에 대하여 기업과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
- 부실한 조사와 판정에 대하여 공단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배포일 : 2026. 8. 31. (월)
문 의 : 010-4269-4107 (김민호 노무사/유족대리인, 반올림지원노무사모임),
010-8799-1302 (이종란 활동가/노무사)
삼성 생산기술연구소 홈페이지 그림 https://www.samsung-dxrecruit.com/dept/detail/C0006
[성명]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출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혈액암 산재 인정 판정을 환영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LCD, OLED) 생산라인을 출입하며 22년간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사망한 노동자 류00님(75년생 남성)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가 8월 7일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했다.
이 사건은 2025년 9월 같은 질판위에서 불인정되었으나,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에 관련자료에 대해 정보공개청구(질병판정위원회 심의안, 재해조사서 등)를 하여 중대한 오류를 발견(유해물질 노출된 사업장 기록의 누락, 부실한 심의 등), 이를 근로복지공단에 문제 제기하고 최초 신청을 다시 한 결과 뒤집혔다.
이 사건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드나들며 일해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직접 화학물질을 취급하지 않아도 라인 셋업 등 기간에 라인 내에서 상주하며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고, 라인 출입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및 셋업 업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생산라인 근무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하여 공단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다.
반올림은 고 류00 님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결정을 환영하며, 다시 한번 드러난 반도체 혈액암 위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삼성과 정부에 촉구한다. 특히 셋업 등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비정형적, 고위험 작업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또한 지난 8월 16일에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일한 사내하청(상주협력사) 노동자가 악성 림프종(혈액암)으로 사망하였다. 이재명 정부는 메가프로젝트 등 반도체 산업의 무리한 확장에 ‘속도전’을 주문할 것이 아니라, 이 산업에 만연한 직업성 질병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 들여다보고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한편, 유가족 측이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았더라면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거나 소송까지 내몰렸을 것이다. 산재에서도 ‘신속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재해조사가 부실해져 불승인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번 한번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시는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첨부>
업무상질병판정서
----------------------------------------------------------------------------------------------------------------------
1. 유가족(배우자)의 심정
어려서부터 로봇을 좋아했던 남편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로봇개발그룹 생산기술연구원에 근무했습니다. 남편은 라인에서 사용되는 반송로봇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자주 아산(탕정)공장으로 파견근무를 갔습니다. 매년 몇 달씩은 매일 다녔습니다. 매일 11시 밤늦게 귀가해 저는 독박육아를 해야 했습니다. 남편은 라인에서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진이 빠진다며 늘 피곤해 했습니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자상한 남편이었지만 바빠서 둘째와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둘째가 첫돌 때까지도 아빠를 낯설어하고 울면서 도망칠 정도였습니다. 가끔 남편이 잠든 둘째를 안으면 손가락이 아파서 오래 안아주지는 못했습니다.
2014년 봄, 화성 반도체로 근무지가 바뀌었는데 라인 근무로 힘들어 했습니다. 화성사업장으로 출근한 지 몇 달 뒤 남편은 혈소판감소증이 생기었고, 이듬해 여름 재생불량성빈혈이 생겼습니다. 그런 뒤에도 주2~3일 정도 라인 근무를 계속하다가 2023년 여름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혈액암을 진단받고서야 라인 근무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2024년 7월 26일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단란하고 화목 했던 우리 가족은 한순간에 무너져 긴 시간을 침묵과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답니다. 그냥 살아있으니 살아내던 시간들.... 건강하던 남편이 왜 이렇게 혈액암이 생긴 것일까? 의구심이 들어 반올림 노무사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조사를 하던 중 2012년부터 수년간 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으로 포토공정 셋업 멤버로 여러 차례 출장을 다녔었는데 탕정에서 같은 라인 근무자 한 분도 남편과 동일한 상병으로 2023년에 사망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 아빠가 이렇게 된 것이 회사근무 중 유해물질 노출 때문이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비통하고 억울한 마음에 산재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에 라인 출입 기록을 요청했지만 3개월 정도만 보관하고 그 이전의 기록들은 다 폐기되어 없다는 대답을 듣고 너무나 유감스럽고 속상했답니다. 그래서 남편 동료분의 증언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하시며 죄송하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다행히 남편과 함께 일한 000 동료분이 도와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5년 첫 산재 신청은 공단의 실수로 중요 부분이 누락되어 인정되지 못해 2026년 재심의를 하게 되었고 승소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기업 삼성이기 때문에 판정위원분들이 과연 정직하게 판단내려 주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으나 남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봐 주시고 올바른 판단을 해주신 판정위원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하늘에 있는 아이 아빠도 많이 억울했을 텐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게 되어 한시름 놓았을테지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억울함만을 가지고 가셨다고 하기보다는, 산업로봇 연구원이라는 멋진 일을 열심히 하였던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어, 자라면서 큰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이나 인력등의 투자를 경영적인 측면에서 우선순위를 높이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관련 법규를 최고 수준에서 이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발병 경위와 산재인정 의의
고인은 1975년생 남성으로, 200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4년까지 생산기술연구소에서 반송 설비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며 아산사업장 라인 셋업 기간에 수시출장을 다녔고, 이후 2023년까지 화성사업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설비 진단 업무를 담당했다. 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음에도 화성사업장 전보 몇 달 뒤인 2014년 혈소판감소증에 이어 2015년 무형성빈혈, 2023년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잇따라 진단받고 항암치료 등 시행하였지만 2024년 7월 26일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구분
내용
재해자
근무 이력
2001년 삼성전자(주) 수원 생산기술연구소 입사(반송설비 S/W개발, 아산1·2사업장 LCD,OLED 라인 셋업 기간에 수시 출장)
2014년 화성사업장 전보(설비엔지니어링그룹, 메모리부품엔지니어링그룹, 라인 수시 출입)
진단 경과
2014년 11월 혈소판감소증 진단 → 2015년 7월 무형성빈혈 진단 → 2023년 8월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진단 → 2024년 7월 26일 사망
유해인자
벤젠, 포름알데히드, 비소, 전리방사선 등
유해인자
노출기간
혈소판감소증 진단일까지 9년 이상
무형성빈혈 진단일까지 10년 이상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일까지 18년 이상
최초 신청
2025년 2월 접수 → 2025년 9월 산재 불인정
재신청
2026년 5월 접수 → 2026년 8월 7일 산재 인정 (8월 20일 승인 처분)
질판위는 판정서에서 고인이 약 17년 이상 비정기적으로 생산라인에서 근무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 과정에서 유해 물질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송(자동화)설비 담당자는 라인 전체를 이동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도 벤젠 등 라인 내 모든 유해인자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으로,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지 않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안전하다'는 통념을 뒤집는 판정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요령(2018)」도 벤젠 관련 혈액암은 노출 후 6개월 이상 지나 발병하면 업무관련성이 높고, 정량적 노출수준은 인정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번 판정과 맥을 같이한다.
3. 중요 사실관계 누락. 재신청으로 바로 잡음.
이 사건은 2025년 2월 유족이 처음 산재 신청을 했으나 역학조사 없이 같은 해 9월 불승인 처분되었다. 이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조사 및 판정 자료를 모두 확인한 결과 근로복지공단의 중대한 사실관계 오류를 발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오랜 기간 고인이 출입하였던 아산사업장 근무기록을 누락시켰다.
고인은 2005~2014. 아산1·아산2사업장, 2014년부터 화성사업장의 생산라인에 출입을 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은 단지 화성사업장 근무만으로 심의안을 상정했다. 판정위원들은 이러한 심의안을 근거로 고인이 화성사업장 전보 이후부터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았고, 혈소판감소증 및 무형성빈혈 진단일까지의 노출 기간이 1년으로 짧다고 오인하였다. 이에 위원 7명 중 4명이 불인정 의견을 내어 불승인되었다. 청구인이 낸 자료는 살펴보지도 않고 공단이 정리한 심의안만 보고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에 유족 대리인이 오류를 지적하며 2026년 5월 11일 재신청했고, 질판위는 2026년 8월 7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2026 판정 제2836호).
4. 셋업 기간은 비정상적인 작업환경 … 안전보건 사각지대
고인은 아산사업장에서 LCD 자동반송설비 및 OLED 증착설비 셋업 업무를, 화성사업장에서는 반도체 설비 설계 업무 등을 각각 수년간 담당했다. 신규 라인이 설치될 때마다 3개월 이상 생산라인에 상주하며 설비를 셋업 했고, 이후 안정화될 때까지도 수시로 라인에 출입했다.
라인 셋업 및 테스트 기간은 일반 양산 단계보다도 ▲ 환기·배기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거나 미흡하고 ▲ 작업 방식이 불안정하며 ▲정해진 기일을 맞추기 위해 업무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 1년에 1~2회 실시하는 작업환경측정은 양산 단계에서의 측정이고 일회적인 측정일 뿐이다. 따라서 셋업 기간의 위험한 작업 환경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은 수백 종의 유해화학물질과 전리방사선 등 복합적인 유해 요인에 빼곡한 공간으로 조금만 안전보건 관리가 소홀해져도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중 라인 셋업 기간은 안전보건관리의 큰 사각지대인 것이다. 셋업 기간의 이러한 문제는 반복해서 지적되어온 문제이지만 간과된 위험이기도 하다.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5. 라인 출입 기록 폐기(산재 은폐)… 출입기록 30년 보존의무 필요
이번 사건에서 업무관련성 판단을 가장 어렵게 만든 것 중의 하나는 삼성측이 생산라인 출입 이력을 90일치만 보관하고 있다면서, 고인의 라인 출입 기록을 제출하지 않은데 있다. 공단도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없다"고 하면다, 결국 진술과 업무 특성에 대한 추정에 의존해 판정이 내려졌다. 최초 신청 때는 다수의 판정위원이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불인정 의견을 냈고, 재신청 때도 이 같은 소수의견을 낸 위원이 있었다.
이번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간 반올림에서 진행해 온 다수의 삼성 직업성 질병 사건에서 90일 보존기간 경과를 이유로 라인(혹은 사업장) 출입 자료가 없다는 의견을 삼성은 19년째 되풀이하고 있는중이다. 아픈노동자와 유족에게 산재증명의 책임을 부과하고 있으면서도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법원은, 사업장의 비협조 등으로 입증이 곤란한 경우 이를 재해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고(2015두3867, 2017년 8월 삼성전자 LCD공장 다발성경화증 사건), 공단은 이를 계기로 2018년 판단요령을 제정해 같은 취지를 명시했다. 그런데도 삼성이 출입기록을 폐기해 입증을 곤란하게 만들고, 그 불이익은 재해자와 유족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산재 은폐나 다름없다. 산재 입증에 필요한 모든 기록들은 발암물질 작업환경측정보고서의 보존기간과 동일하게 30년으로 의무화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6. 상당인과관계 판단은 의학적‧ 자연과학적 관점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임을 법제화해야 함
이번 사건은 재신청을 통해 공단에서 바로잡은 드문 사례지만, 많은 경우 공단의 부당한 불승인 처분으로 인하여 행정소송까지 가고 있다. 특히 ‘특정물질(요인)’에 ‘충분하게 노출’되었다는 ‘증거’를 요구하며 불승인을 남발해 왔다. 반도체 산업 뿐 아니라 전체적인 직업성암 사건 인정율이 가파르게 감소하여 2025년 44.1%(신청건수 대비 인정율) 밖에 되지 않는다.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구조적 불합리, 기업의 은폐, 객관적 기록의 부재, 공단의 조사 부실, 첨단산업의 불확실성 위험 속에 막강한 물적‧ 인적 자원을 갖춘 기업과 국가도 밝히지 못한 직업병 원인을 노동자 측에게 밝히라는 잘못된 공단의 판단 관행은 끝내야 한다.
이미 오래전에 형성되었던 대법원 판례와 같이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는 ▲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017.8. 29.선고 2015두3867 판결)
이상과 같은 판단기준을 법제화하여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부당하게 불승인 판정을 남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7. 의사 중심의 공단 질병판정위원회 개혁해야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근로복지공단은 스스로 마련한 판단 기준조차 지키지 않아 왔다. 공단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요령」에는 ▲노출기준 초과 여부 등 정량적 노출수준을 인정의 필수 조건으로 보지 않을 것 ▲현재 노출의 명백한 증거가 없어도 과거 노출이 추정되고 다른 원인이 명백하지 않다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것 ▲희귀질환은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 취지를 반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의사 중심으로 구성된 질판위의 심의 과정에서는 정량적으로 노출 수준이 높다는 증거를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의학적 인과성을 이유로 불승인을 반복해 왔다.
따라서, 국회에서 산재 판단기준에 대한 규범적 판단기준 법제화와 동시에 근로복지공단 행정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현재의 의사 중심의 판정위원회를 해체하고 규범적 관점에서의 판단을 잘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가 도입된지 19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판정위원 실명제 조차 되지 않는 등 현재의 의사 중심 판정위가 가진 한계는 명백하다. 앞으로 사회보장제도에 걸맞는 포용적인 산재 제도로 거듭 나도록 산재판정위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