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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추모성명] 파킨슨병 산재로 10년의 투병끝에 숨진 SK하이닉스 여성하청노동자 이화정 님을 추모합니다.

반올림
2026-02-25
조회수 6647

<추모성명>

 

파킨슨병 산재로 10년의 투병 끝에 

2월 24일 세상을 떠난 SK하이닉스 여성 하청노동자 

이화정 님을 추모합니다.

 

반도체 재벌들이 돈 잔치를 하는 동안, 밤낮없이 일하다 직업병을 얻은 반도체 노동자들이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2026년 새 봄의 문을 끝내 열지 못하고 또 한 명의 반도체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반도체 노동자로 처음 파킨슨병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던 이화정 님 입니다.  

 

고 이화정 님은 1961년생으로 결혼 후 전업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다가 40세 되던 2001년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사내하청노동자로 입사했고, 2001~2002년, 2005~2015년 동안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등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하이닉스(하청)은 여성노동자들에게 고정 야간 근무를 시켰습니다. 입사 당시 그녀는 건강했지만 업무 과정에 노출된 유해화학물질, 전자파 등에 더해 고정야간근무로 더욱 몸이 스러져 갔습니다. 피부염, 근골격계 질환, 당뇨, 고혈압, 간암까지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 결국 2015년 11월경 손과 다리의 떨림이 시작되어 회사를 그만두었고 2016년 파킨슨병을 진단 받았습니다.

 

2017년 이화정 님이 직접 반올림에 파킨슨병에 대한 산재 문의를 하여 그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제기하였는데 2018년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결과 ‘야간노동 및 알코올 기반의 세척제에 대해선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고, 저주파 자기장의 경우 생물학적 기전 상 파킨슨병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 노출 수준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승인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결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첨단산업분야의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 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종합해 재해자의 상병이 업무로 인해 발생하였거나 자연 경과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합리적으로 추단하여 볼 수 있다’며 산재를 인정하였습니다 (2021. 2. 18. 선고, 서울행정법원 2018구단78496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판결)

 

이렇게 첫 길을 만들어 준 이화정 님의 뒤를 이어 파킨슨병으로 고통받아온 또 다른 반도체노동자들이 산재신청을 할 용기를 내었고, 현재까지 4명이 신청하여 소송 중인 1명을 제외하고 3명 모두 산재로 인정되었습니다. 20대, 30대의 젊은 나이에 몸이 굳어간 반도체노동자들입니다.

 

이화정 님은 산재인정 판결에 대한 고마움을 정말 자주 표현해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산재를 맡아준 변호사, 노무사 등 대리인들에게 자주 연락하고 보고 싶다고 먼저 말씀해주고, 병원에서 만나면 느리지만 따뜻하게 우리 손을 먼저 꼭 잡아주셨습니다. 본인의 아픔보다 우리보고 힘내라고 먼저 손 내밀어 주시던 그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산재인정 받은 이후 이화정 님의 몸은 더욱 굳어갔고 혼자서 기본적인 화장실 이용이나 식사를 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10년의 시간을 남편의 지극한 돌봄으로 견디었는데, 그런 순간에 야속하게 산재보험은 멀어져 갔습니다. 공단 자문의사의 형식적이고 부당한 판단으로 간병료가 부지급 되는 바람에 몇 번씩 심사, 재심사 청구로 바로 잡아야 했고, 진료비, 간병비, 이송료, 휴업급여 등 각종 보험급여 청구에 대해 공단은 모든 절차와 증명을 재해자에게 전가하였습니다.

 

이화정 님을 만나고 산재노동자의 아픔, 반도체노동자의 직업병 고통에 대해 더욱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긴 투병 기간 동안 종종 연락도 못해 죄스런 마음입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무도 힘들었을 텐데, 이제는 아픔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가족 분들에게도 위로를 전합니다. 


누구도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위해, 산재노동자의 곁에서 반올림은 앞으로도 힘껏 싸워나가겠습니다. 

 

 

2026. 2. 25.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고인의 약력- 산재 경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1961년생

2001~2002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사내하청). 핸드폰, TV 완제품 검사

2005~2015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사내하청). 반도체 패키징&테스트업무.

2016년 파킨슨병 진단 (55세)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신청

2018년 산재 불승인 통보.

2021년 서울행정법원에서 산재인정 판결 선고(2021. 2. 18. 2018구단78496)

2022년 간병료 부지급 이의신청(심사, 재심사)

2026년 2월 24일 사망 (향년65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참고 1
산재인정 판결문 https://drive.google.com/file/d/13pRoncGhRnUEvTsQBaQiJEWxFNEIlfY5/view?usp=sharing


*참고2.

<책> 일하다 아픈 여자들 (부제; 왜 여성의 산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가)
(158~173) - "5. 가족, 또 다른 산재 당사자 " 편에 이화정 님을 대신하여 배우자의 인터뷰 글이 나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 조건희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