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중대재해전문가넷 성명서)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외면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반대한다

반올림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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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전문가넷 성명서)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외면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반대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법과 제도는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의 지속과 성장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때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은 이미 많은 노동자들을 산업재해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반도체 기업의 산업안전을 감시하고 규제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위험을 가중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기업의 눈치만 보고 있다. 여야는 삼성만을 위한 바닥으로의 경쟁을 멈추고 모든 일하는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라.


 여당은 "52시간제 예외가 반도체특별법 핵심"임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야당은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3일,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몰아서 일하기”가 왜 안 되냐며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을 허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어떤 조건의 노동자도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의 예외가 될 수 없다. “특정 중요 산업의 특정 연구개발 분야, 그중에서도 고소득의 전문가, 그들이 동의할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물론 더불어 민주당 내부의 비판을 의식한 듯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뺀 나머지를 먼저 처리하자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우리는 여야의 노동시간에 대한 몰이해가 향후 노동정책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주 52시간제 예외를 소프트웨어 산업 전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보라.


 노동시간의 재조직의 이유가 기업의 이윤이어서는 안 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시간의 재조직은 노동시간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는 목적일 때 한 해 가능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52시간제는 이미 장시간에 관대한 제도임을 확실히 해 둔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노동시간 연장은 형태를 막론하고 건강권을 보장하기보다는 그 위험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장시간 및 연장 노동은 뇌졸중, 심장질환, 심방 세동, 고혈압, 당뇨, 피로, 알코올 중독, 우울증, 불안, 수면 및 인지 장애, 암, 그리고 안전, 사망과 자살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동시간의 배열의 유연화의 부정적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야간노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될 만큼 건강에 해롭다. 교대 근무 경우 사고, 당뇨, 체중 증가, 관상 동맥성 심장 질환, 뇌졸중, 암, 수면 장애, 성재생산건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몰아서 일하기와 같은 비표준적(nonstandard) 근무 스케줄과 근무시간에 대한 낮은 예측 가능성 역시 수면장애, 스트레스, 불안, 비만, 뇌졸중, 위장장애, 심혈관질환, 근골격계질환, 만성 피로, 암, 당뇨 위험을 높인다. 


 노동시간의 건강 영향은 장기적으로 누적되어 ‘몰아쉬기’로도 회복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반도체 노동자에 대한 52시간제 예외는 노동강도 강화를 강요하고 노동자의 자기 착취를 유도함으로써 이들의 삶을 위태롭게 할 뿐이다. 반도체 산업도, 연구개발 분야도, 고소득도, 동의 여부가 이 위험을 줄인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반도체 산업의 위계적 구조와 공정 과정을 고려할 때, 장시간 노동과 몰아서 일하기의 건강 위험이 전체 반도체 산업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위계의 아래에 있을수록 그 위험의 크기가 더욱 커진다는 점 역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22년 국제노동기구 총회는 결사의 자유, 차별 금지,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의 기존 4대 노동기본권에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추가했다. 노동시간은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 가운데 하나이자,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위한 기초다. 한국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역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종사자의 안전이나 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건강 위험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이 재조직되는 경우,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의 요구는 기업과 자본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과 자본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장시간 노동이 위기의 반도체 산업을 구원할 것이라 맹목적으로 믿고 있다. 혁신은 노동자를 쥐어짜는데서 일어나지 않는다. 삼성은 자신의 무능을 ‘52시간제’로 비약하지 말라. 정부와 여야는 반도체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특별 연장근로와 같이 과로를 허용하는 제도를 손보는데 애쓰는 것이 주어진 책무임을 알아야 한다.                               

                                          2025년 2월10일 

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 전문가 네트워크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권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예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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