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장의 목소리[과로특별법을 막아라 ④] ‘몰아서 일하기 왜 안 되냐’ 묻지 말고, ‘인력충원 왜 하지 않냐’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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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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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과로특별법을 막아라 ④] ‘몰아서 일하기 왜 안 되냐’ 묻지 말고, ‘인력충원 왜 하지 않냐’ 물어야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기자명유청희
  •  
  • 입력 2025.02.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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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반도체 연구개발직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이상 일할 수 있게 하는 반도체특별법이 논란이다. 특정 산업과 노동자에 근로기준법의 예외를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우려가 크다. 현직 반도체 노동자들과 안전보건 전문가들이 반도체특별법의 문제점을 짚었다. <편집자>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동시에 보게 되는 요즘이다. 새로운 것은 퇴진광장이 열리면서 무대에 선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밝히고, 퇴진투쟁을 넘어 더 나은 민주주의를 완성하려는 움직임이다. 오래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항상 선두권에 있는 한국에서 법정 노동시간(주 40시간) 외에 주 52시간까지 연장노동을 허용하는데, 여기에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까지 하자는 요구다.

반도체특별법이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자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우려했다. 인간의 몸은 고무줄이나 로봇이 아니다. 며칠이든 몇 주든 불규칙·장시간 노동을 하면 몰아서 쉰다고 해서 피로가 온전히 회복되기는 어렵다. 노동운동은 노동시간을 점차 단축해 왔고, 더욱 단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주 52시간 적용 제외가 일부 노동자의 일이라고 해서 이것이 후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가 일부 고액 연봉을 받는 연구개발 노동자들만의 일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다. 고소득 전문직 노동자라고 해서 장시간·불규칙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권리가 배제되면 다른 노동자들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 문제는 연구개발 외의 노동자, 결국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13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반도체 생산노동자는 연구개발 영역의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생산 영역 노동시간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노동자 증언에 따르면 생산 현장의 부서 이름을 ‘R&D 센터 테스트 연구부서’라고 이름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조선·건설업계에서도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법안 발의나 기업의 요구 속에 노동자는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특별법에는 불규칙·장시간 노동 외에도 특정 산업과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재벌 특혜를 담고 있다. 이 산업을 위해 전력·물·토지 등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해 환경 파괴 문제까지 거론된다.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국가 경쟁력을 말하면서 그 국가 경쟁력이 노동자의 몰아서 일하기, 즉 과로에서 나온다고 말하면서도 노동자의 신체와 노동자의 생명은 논의되지 않는다. ‘몰아서 일해도 되는 것 아냐?’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 왜 인력충원을 하지 않는지 기업에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린 탄핵광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의 시민들을 보게 된다. 각자의 정체성을 말하고, 잘 몰랐던 다른 세대·젠더 이야기를 들으며 배워 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광장의 시민들은 주 7일 택배 배송을 거부한다고 말하고, 민주주의를 완성하자고 말하면서 투쟁하는 노동자·노동조합·사회와 스스로를 연결시킨다. 이 시민들은 해고당한 노동자와 장애인들의 투쟁 현장에 나타나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광장에서 외치는 것들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외쳐 온 문제지만 노동자가 적정 시간 일하고 밤과 주말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 과로 때문에 건강이 손상되거나 목숨을 잃는 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바로 광장의 시민들이 원하는 사회일 것이다.

 유청희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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