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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7
[과로특별법을 막아라 ⑤] 기후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반도체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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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과로특별법을 막아라 ⑤] 기후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반도체특별법
최종현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반도체 연구개발직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이상 일할 수 있게 하는 반도체특별법이 논란이다. 특정 산업과 노동자에 근로기준법의 예외를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우려가 크다. 현직 반도체 노동자들과 안전보건 전문가들이 반도체특별법의 문제점을 짚었다. <편집자>
▲ 최종현 기후정의동맹 회원
화석연료 1.6킬로그램, 가스 0.7킬로그램, 물 32킬로그램에 수십 가지 화학물질 72그램까지. 연금술사의 연구노트에나 나올 법한 레시피는 반도체칩(32MB DRAM) 2그램을 생산하는 데 소모되는 자원을 나열한 목록이다. 삼성전자가 2024년 상반기에만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1조 1천억개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 속에 반도체 생산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거기에 투입되는 자원과 자연력은 어디로부터 들어와 어디로 나가는 것일까. 반도체 생산의 경로를 추적하면 겉으로는 청결하고 세련돼 보이는 반도체산업의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반도체산업은 인간과 자연과의 상호작용에 파열음을 내며 심각한 환경파괴를 불러왔다.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명목하에 반도체 노동자는 자신이 다루는 유해물질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고 각종 질병에 노출돼 왔다. 생산공정에 막대한 산업용수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공장은 인접 지역의 하천과 지하수를 끌어쓰며 물 생태계를 교란하고, 폐수와 각종 폐기물을 지역사회에 떠넘겼다. 2022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8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배출량 60%(894만tCO₂-eq)가 전력과 열 소비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반도체산업은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며 기후위기 가속에 일조해 왔다.
여야가 일심동체로 제정하려는 반도체특별법의 문제점은 ‘주52시간 적용 제외’에 국한되지 않는다. 반도체특별법으로 본격화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건설, 수백조원 규모의 재정지원과 각종 규제 완화는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몸을 망가뜨려 온 반도체 재벌의 시선이 자연을 향할 때 불러올 파국을 예고한다. 지난해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폭을 최대 31%로 추산했다. 이를 충당하는 데 재생에너지 대신 신규 핵발전소 3기와 LNG발전소 6기, 송전탑 수백 개로 구성된 초고압 송전선로 신설 계획을 선택했다. 하천 생태계와 지역주민들의 삶을 비가역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기후대응댐’ 계획 역시 대구시 전체의 하루 물 사용량에 맞먹는 반도체클러스터 용수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이견 없음’을 표하는 반도체특별법의 ‘전력망·용수망 확충’ 조항은 온 국토와 자연을 자신의 입맛대로 개조하려는 반도체 재벌의 원대한 꿈을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 강행을 포함한 여야정의 모든 야합은 자본과 권력이 어떻게 성장을 명목으로 인간의 존엄한 삶을 앗아가고 기후위기를 초래했는가를 설명하는 생생한 증거다. 반도체특별법과 함께 여야정협의체에서 ‘최우선 통과’를 주문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법 또한 화석연료와 핵발전을 유지·확대하고, 재생에너지를 민간이 사유화하도록 만드는 기후악법들이다. 자본의 의도에 따라 생태계가 유린되고, 에너지 체제가 노동자·시민의 필요가 아닌 자본의 이윤에 복무하게 된다면, 그 모든 것의 수혜를 받아 탄생하는 것은 반도체 재벌의 천년왕국이고 반도체특별법은 그 열쇠다.
파국을 이대로 지켜만 볼 수는 없다는 이들이 기후정의의 이름으로 길을 열고 있다. 지난해 9월7일, 삼성·포스코·쿠팡 등 기후악당 기업 본사가 모여 있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수만명이 모여 907 기후정의행진을 열였다. 이미 비상계엄 이전에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를 만든 ‘세상을 바꾸자’고 한목소리로 외치며 윤석열 너머의 세상을 그리는 광장을 열어 왔다.
민주당이 바라는 윤석열 이후의 세상이 내란공범과 기후악당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을 온몸으로 저지하며 의원들의 국회 월담에 환호성을 보낸 광장의 민중은 민주당의 꿈을 저지하는 데 가장 먼저 앞장설 것이다. 계엄 당일 국회로 출동한 군용차량을 온몸으로 막아 낸 청년은 자신을 찾아 헤매던 이재명 대표를 향해 반도체특별법은 광장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일갈했다.
반도체특별법이 약속하는 것이 무한성장이라는 자본주의의 신기루인가, 아니면 모두의 존엄한 삶인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최종현 webmaster@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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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특별법을 막아라 ⑤] 기후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반도체특별법
최종현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반도체 연구개발직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이상 일할 수 있게 하는 반도체특별법이 논란이다. 특정 산업과 노동자에 근로기준법의 예외를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우려가 크다. 현직 반도체 노동자들과 안전보건 전문가들이 반도체특별법의 문제점을 짚었다. <편집자>
▲ 최종현 기후정의동맹 회원
화석연료 1.6킬로그램, 가스 0.7킬로그램, 물 32킬로그램에 수십 가지 화학물질 72그램까지. 연금술사의 연구노트에나 나올 법한 레시피는 반도체칩(32MB DRAM) 2그램을 생산하는 데 소모되는 자원을 나열한 목록이다. 삼성전자가 2024년 상반기에만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1조 1천억개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 속에 반도체 생산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거기에 투입되는 자원과 자연력은 어디로부터 들어와 어디로 나가는 것일까. 반도체 생산의 경로를 추적하면 겉으로는 청결하고 세련돼 보이는 반도체산업의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반도체산업은 인간과 자연과의 상호작용에 파열음을 내며 심각한 환경파괴를 불러왔다.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명목하에 반도체 노동자는 자신이 다루는 유해물질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고 각종 질병에 노출돼 왔다. 생산공정에 막대한 산업용수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공장은 인접 지역의 하천과 지하수를 끌어쓰며 물 생태계를 교란하고, 폐수와 각종 폐기물을 지역사회에 떠넘겼다. 2022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8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배출량 60%(894만tCO₂-eq)가 전력과 열 소비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반도체산업은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며 기후위기 가속에 일조해 왔다.
여야가 일심동체로 제정하려는 반도체특별법의 문제점은 ‘주52시간 적용 제외’에 국한되지 않는다. 반도체특별법으로 본격화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건설, 수백조원 규모의 재정지원과 각종 규제 완화는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몸을 망가뜨려 온 반도체 재벌의 시선이 자연을 향할 때 불러올 파국을 예고한다. 지난해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폭을 최대 31%로 추산했다. 이를 충당하는 데 재생에너지 대신 신규 핵발전소 3기와 LNG발전소 6기, 송전탑 수백 개로 구성된 초고압 송전선로 신설 계획을 선택했다. 하천 생태계와 지역주민들의 삶을 비가역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기후대응댐’ 계획 역시 대구시 전체의 하루 물 사용량에 맞먹는 반도체클러스터 용수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이견 없음’을 표하는 반도체특별법의 ‘전력망·용수망 확충’ 조항은 온 국토와 자연을 자신의 입맛대로 개조하려는 반도체 재벌의 원대한 꿈을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 강행을 포함한 여야정의 모든 야합은 자본과 권력이 어떻게 성장을 명목으로 인간의 존엄한 삶을 앗아가고 기후위기를 초래했는가를 설명하는 생생한 증거다. 반도체특별법과 함께 여야정협의체에서 ‘최우선 통과’를 주문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법 또한 화석연료와 핵발전을 유지·확대하고, 재생에너지를 민간이 사유화하도록 만드는 기후악법들이다. 자본의 의도에 따라 생태계가 유린되고, 에너지 체제가 노동자·시민의 필요가 아닌 자본의 이윤에 복무하게 된다면, 그 모든 것의 수혜를 받아 탄생하는 것은 반도체 재벌의 천년왕국이고 반도체특별법은 그 열쇠다.
파국을 이대로 지켜만 볼 수는 없다는 이들이 기후정의의 이름으로 길을 열고 있다. 지난해 9월7일, 삼성·포스코·쿠팡 등 기후악당 기업 본사가 모여 있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수만명이 모여 907 기후정의행진을 열였다. 이미 비상계엄 이전에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를 만든 ‘세상을 바꾸자’고 한목소리로 외치며 윤석열 너머의 세상을 그리는 광장을 열어 왔다.
민주당이 바라는 윤석열 이후의 세상이 내란공범과 기후악당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을 온몸으로 저지하며 의원들의 국회 월담에 환호성을 보낸 광장의 민중은 민주당의 꿈을 저지하는 데 가장 먼저 앞장설 것이다. 계엄 당일 국회로 출동한 군용차량을 온몸으로 막아 낸 청년은 자신을 찾아 헤매던 이재명 대표를 향해 반도체특별법은 광장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일갈했다.
반도체특별법이 약속하는 것이 무한성장이라는 자본주의의 신기루인가, 아니면 모두의 존엄한 삶인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최종현 webmaster@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