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2020.2.11][기자회견문]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4기 "‘우리가 알아야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안전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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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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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알아야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안전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 자리에 오지 못하는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을 대신하여 발언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8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소리소문 없이 통과됐습니다. 찬성 206표, 반대 0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증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인 작업환경보고서 요구를 제한하는 이 법은, 당장 다가오는 2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저희는 묻고 싶습니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과연 청년들의 미래와 희망은 어디에 있느냐고 말입니다.

 

2007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숨진 사건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후 ‘반올림’은 삼성에게 직업병 발병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러나 산기법 개정은 반올림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노력을 좌절시켰습니다. ‘국가의 핵심기술은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현 개정안의 요지는 그동안 삼성이 산재처리를 거부하며 법정에서 주장한 논거와 상당 부분 닮아있습니다. 산업재해를 입증하는 데 있어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불평등 관계가 더욱 굳어진 것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시행은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권리를 제한합니다. 우선,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처리에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인 작업환경보고서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노동자들은 자신이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못할 것입니다. 또한, 산기법 개정안은 산업기술정보를 제공된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는 결국 변호사, 연구자, 언론인 등의 직업적 사명까지도 해치는 일입니다. 예컨대, 변호사와 언론인이 피해자의 제보 내용을 알리거나,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내용을 알리는 행위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가진 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동안, 아직도 현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산업재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압착되고,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2018년에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무려 10만여 명에 이릅니다. 산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해도 모자랄 현실에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오히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실현을 가로막습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또래 청년들, 그리고 노동자가 될 우리들, 우리 모두는 노동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청년 노동자들은 더 복잡한 기술을 다루게 되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위험 상황은 더 많아질 것입니다. 노동환경의 위험은 은폐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위험 상황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가 명시하듯, 우리는 모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바랍니다. 안전하게,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원합니다. 피해를 당했을 때 개개인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요구합니다. 산재 피해자가 바로 설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 청년들은 끝까지 연대할 것입니다.


2020년 2월 11일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4기 청년 권성은, 김대건, 김수연, 최민석, 한승헌

 



발언문은 청년1, 청년2, 청년3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청년 1. (발언자 : 김수연)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4기로 활동 중인 권성은, 김대건, 김수연, 최민석, 한승헌입니다. 공익활동가학교는 참여연대에서 매해 진행하는 청년 시민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 중 직접행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있는데요. 노동자가 작업환경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번 직접행동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희는, 21일부터 시행되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비판하려 합니다.

 

당사자의 가족분들이 직접 나서주신 덕에, 김용균 노동자와 황유미 노동자의 이름은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산업재해의 피해자분들이 계십니다. 이제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 때문에 우리가 겪은 산업재해를 산업재해라고 부를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노동하며 살아갑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사회와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노동 형태도 점차 바뀌어 나가고, 복잡한 기술을 쓰는 만큼 노동환경에서 겪을 위험도 더욱 예상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많은 청년이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는 중입니다. 이것은 현재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청년들이 마주하게 될 노동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일터는 안녕하십니까?

 

저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내가 직업병에 걸리거나 죽었을 때 당당하게 원인을 말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노동자를 꿈꾸는 한 명의 청년으로서 오늘 이 자리에서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와 '청년으로서 꿈꾸는 안전한 노동환경'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청년 2. (발언자 : 한승헌)

 

산업기술보호법의 개정안 시행을 열흘 남짓 앞두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은 반대 의견 하나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국민의 알 권리와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한 여러 독소 조항들이 있는 개정안입니다. 시행될 경우 직업병 인정을 위해, 자신의 노동을 위해 그간 투쟁해왔던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물거품 될 것입니다.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은 두 가지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제9조 2항에 따르면, '국가 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합니다. 국가 핵심기술은 선정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물론, 어떤 유해 물질이 노출된 환경인지 기업 외에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노동자와 해당 업장 인근의 지역 주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알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고 있습니다.

 

둘째, 제14조 8항에서는 '적법한 경로로 취득한 정보라도 산업기술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 본인이 산업 재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데요. 적법한 경로로 취득한 정보까지 공개할 수 없도록 막는다면, 피해자들의 산업재해에 대한 입증 과정은 이전보다 더 힘겨워질 것입니다. 자신의 산업재해에 대해 알려내는 것도 산업기술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범법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지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의 가족이, 나의 친구가, 그리고 내일의 내가 겪게 될 문제입니다. 실제로 발생했던 안타까운 사건의 피해자인 김용균과 황유미를 생각합니다. 또 아픈 현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국회에 묻고 싶습니다. 법안을 제정할 때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1대 총선을 약 두 달 앞둔 지금, 각 정당들에게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촉구합니다. 다시 한 번 검토해 주십시오.

청년 3. (발언자 : 김대건)

 

김용균 노동자가 당사자로서 용기를 내어 이야기했었고, 그의 의지를 이어 어머니 김미숙 님께서 꾸준히 연대해주시고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계셨던 덕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테두리를 넘어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더디지만 조금씩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토대가 쌓여왔습니다. 이는 우리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땅한 물음이 되었고, 답을 찾아나가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매년 2000명가량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재로 잡힌 것만 이 정도지, 산재 인정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1인 자영업자, 은폐된 사망 등은 여기서 제외됩니다. 아직 업장은 안전하지 않고, 풀어야 할 구조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당장에 김용균 노동자로 하여금 이야기되었던 화력발전소 상황들도 여전합니다. 문제가 제기되어도 한 사업장의 문제로만 처리되지, 정부가 관리하는 여타 발전소의 환경은 점검되지 않습니다. 발전소끼리의 성과급 경쟁으로, 사고 사례나 안전대책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그것이 또 누군가 죽게 되고, 흩어져있던 조각들을 모으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여전히 발전소에서는 비산 된 석탄가루로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작업하는 기계조차 보이지 않는 노동환경에서, 노동자들은 매일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우리나라에서, 작업환경보고서는 현장의 위험성을 증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믿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발전소의 현장 사진이나 영상 자료들을 보면 ‘해당 작업장은 정부에서 관리하는데, 작업환경 점검이 없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점검은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소의 하위기관이 점검을 맡기에, 위험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노동자 역시 밥줄이 걸려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 두려워집니다.

 

그런 중에 위험을 감수하고 알리려 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그조차 더 어려워졌습니다.

 

청년들은 묵묵히 작업장을 지켰습니다.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했습니다. 자기 꿈을 위해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일터에 왔던 이들이, 언제까지 다치고 죽어가야 합니까. 이렇게 발언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 분에 맞지 않은 사치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여기 오지 못한 분들을 대신해서 이런 사항들을 명확히 전달하려 합니다.

 

국회는 왜. 죽고, 다치는 국민을 외면하고 있습니까.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채, 죽어가는 국민들이 있습니다. 그간 쌓아왔던 노력들을 무너뜨린 이번 법 개정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국회는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또래 청년들과, 앞으로 노동자가 되어 일터를 지킬 우리네 청년들의 삶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여기 오지 못한 분들의 간절함이 국회에 전해지도록, 저희가 연대를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