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2016.08.16]2016.08.16. 오창은(시낭송) 이어말하기

반올림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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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6. 오창은(시낭송) 이어말하기

 

권영은 :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 이어말하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문학평론가 오창은 님을 모셔서 시를 낭독하는 이어말하기를 하려합니다. 시를 인쇄해놓았으니 지나가시는 분들께서도 가져가셔서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창은 : 반갑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시로 만들어서 글로 만드는 글쟁이입니다.

 

오창은 : 제가 가장 최근에 낸 시집이 모욕당한 사유...란 시집인데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어찌보면 모욕을 일상적으로 당하며 살고있는데, 그런 것들을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인문학 작업을 하고있는데 인간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면서 자기자신이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권영은 : 아 ‘모욕당한 사유’...저희 농성장이, 삼성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일자리를 잃고,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한마디로 모욕당한거지요. 뒤에 보시면 저희가 76개의 실내화에 꽃을 심어놓고 전시해놓고 있는데요, 그분들의 모욕당한 삶을 대신해서 저희가 함께 싸우겠다, 같이 싸워서 보상도 받고 사과도 받고, 더 이상 모욕당하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싸우겠다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창은: 저도 참 인상깊게 봤는데요. 이 빌딩숲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76개의 생명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는게 인상적이었구요, 그 생명의 의지와 이를 가꾸려는 여러분들의 노력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오창은 : 제일 먼저 들려드릴 시는 김기택 시인의 ‘껌’이란 시입니다. 김기택 시인이 어떤 사물을 바라봤을 때, 대단히 기묘한 관찰과 그 특징을 포착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요. 거기에 은근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껌이라고 하면...보통 우리는 짓이겨지는 것들 지저분한 것들로 껌을 생각하는데, 김기택씨는 굉장한 놀라운 관찰력을 통해서 짓이겨지는 껌의 형상을 잘 표현했어요. 제가 이 시를 가장 먼저 배치한 이유는, 우리사회에서 짓밟히고 거대한 힘에 의해서 눌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듯한 그런 존재가 어떤 힘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 오히려 더 강한 힘을 가진 존재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삶에도 부합되는 어떤 감정적인 정서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시를 가져왔습니다. 시 낭독하겠습니다.


(시낭독 : 껌)

 

권영은 : 듣다보니 삼성노동자들을 생각하며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골라왔는지 느껴졌는데, 좀 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창은: 이 껌은 씹히기 이전의 껌이 아니라, 씹히고씹히고 씹힌 뒤 버려져서, 고체화되어있는 껌입니다. 더 이상 사용가치가 없는 껌이죠. 그런데 이 껌 안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져있을 수 있는지...이빨자국이 나서 뱉어진 껌인데, 그 껌은 이빨자국을 고스란히 새기고 있어요. 어찌보면 약한자들이 상처나, 권력의 폭압속에서도 자기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고통을 감당하는 것과 같은거죠.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쉽게 짓이겨지는 것 같고 연성의 물질이어서 쪼개지고 파괴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이빨이 질기고 이길 것 같지만, 사실은 이빨이 씹다 지쳐서 껌을 뱉어버리는 역전적인 상황을 얘기하고 있는것이죠. 우리 삶도 비슷한 것 같아요. 어찌보면 고통받는 사람들이 항상 지는 사람들 같지만, 실은 고스란히 고통을 당해내고서도 끈질김들, 생명의 의지같은 것들을 관철하면서 이빨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한갓 껌이지만, 껌의 관점에서는 승리가 되는 그런...통쾌한 감정으로 읽을 수 있는 그런 시였습니다.

 

권영은 : 권력의 관점에서는 삼성에게 우리가 힘없고 약하기만 한 존재들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삼성이 결국 반올림에게 질 수 밖에 없다...갑자기 봄에 외쳤던 구호가 생각나네요. ‘우리가 이긴다고 봄!’ 그런 구호와 참 어울리는 시였습니다.

 

이 시는 농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길 바라면서 희망의 메시지, 겨울의 혹한을 극복하고 봄이오는 것들, 그래서 2017년 봄이 안온다고 말할 수 있는 분이 있나요? 없죠? 늦게 올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갈 수도 있지만 2017년에는 봄이 없어요 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런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순리처럼 겨울이 지나고 나서야 봄이 오는 것들...그런 것들을 . 또 씨라는 게 겨울의 혹한을 견뎌내야 살 수 있고 새 꽃잎을 피어내는 것처럼 그런 의미를 담아서 황지우 시인의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게로’를 읽어보겠습니다. 마지막 시도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시낭송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로)

 


권영은 : 잔잔하게 첫 시를 시작하셨는데 마지막에 끝끝내 꽃피는 나무이다 라는 걸 얘기해주셨네요. 반드시 봄은 온다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오창은  :순리와 같은거죠. 부당한 것은 보다 오래 견디고 투쟁해야할지 모르지만 2017년 봄이 너무나 자신있게 온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부당한 것에 대한 온당한 것의 승리는 이루어질 것이다, 영하 30도의 혹한에서 영상 13도의 봄으로 변화되는 순간, 혀 끝에 잎사귀가 돋듯이...그렇게 순식간에 봄이와서 잎사귀가 돋는 것은 한순간이거든요. 그런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큰 힘을 보여주는 그런 시입니다. 반올림을 응원합니다.

 

권영은 : 저희가 이어말하기 마지막으로는 항상 따끔한 한마디를 삼성에게! 를 부탁드리는데요. 이 마지막 시가 저희에게 참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영하20도에도 영상 13도에도 영상 35도에도 육박하는 지금도 농성장에서 견뎌내고 있었는데요. 2017년 봄이 꼭 오듯이 승리와 정의가 꼭 온다는 믿음을 저희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희와 좋은 시 나눠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