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농성 285일차 이어말하기
인천인권영화제 현장상영 - <니가 필요해> 김수목 감독 & 조혜연 활동가
사회 : 권영은

권영은(권) : 오늘은 이어말하기를 영화를 보고 시작한 관계로 조금 늦게 시작했는데요.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저희가 감독님과 출연하신 혜연님을 모셨는데요. 안녕하세요?
김수목(김) : 안녕하세요~ <니가 필요해>를 만든 김수목입니다. 반갑습니다.
조혜연(조) : 저는 지엠대우 비정규직 2차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조혜연이라고 합니다.
권 : 오늘 이렇게 낮부터 오셨어요. 오셔서 농성장 도시락도 같이 먹고 영화 상영준비도 하셨는데요 어떠셨는지 편안하게 소감부터 말씀 부탁드려요.
김 : 이야기만 듣고 있다가 농성장을 찾은 건 처음인데요. 일단 농성장 화분이 눈길을 끌어서 뭔가 아늑한 느낌을 받았구요. 그래서 쭉 둘러보면서 잊혀져있던 그런 시간들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권 : 네. 영화보니까 농성장을 저희보다 오랫동안 찾으시고 지키셨던 분이시라.. 저희 농성장 지키시는 게 쉬우셨던 것 같은 느낌이셨어요.
김 : 너무 편했구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어서 하루를 아주 잘 보냈습니다.
권 : 네 혜연 님도 소개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본 다큐가 지엠대우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였는데, 거기에 나온 혜연씨죠? 영화 보니까 다들 남성조합원인데, 도드라지게 여성조합원으로 보이기도 하던데요.
조 : 소개라고 하니까... 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요.ㅎ
권 : 그러면 제가 사실 영화랑.. 실은 못 알아뵈었어요.
조 : 부피가 많이 줄었습니다. 하하
권 : 오늘 영화에 대해 감독님이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 영화를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 어떤 내용을 담고자 했는지 영화를 소개해주시면, 영화를 보지 못한 페북 생중계로 함께 하시는 분들께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 : <니가 필요해>라고 하는 영화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구체적으로는 인천에 있는 한국지엠에서 2007년도에 해고가 되었던 비정규직노동자 분들이 4년여에 걸친 복직투쟁 과정을 카메라로 담은 영화이구요. 영화를 만든 계기는 그냥 투쟁을 이렇게 했다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자본에 의해 차별되어지는 비정규직의 존재가 투쟁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고, 다시 또 어떻게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연대라는 이름 안에서 어떻게 소외되는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에 대한 문제점들, 그리고 같이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어서 영화로 만들게 됐습니다.
권 : 처음에 영화를 보면 ‘운동권’ 용어죠. 영화에서도 꽤 많이 나와요. 그 가운데에서도 ‘함께,,우리 같이 가겠다’라는 말이 가슴에 남았던 것 같아요. <니가 필요해>라는 제목도.. 왜이렇게 따뜻한 제목일까? 생각해보니 감독님의 마음을 담은 제목이다라는 생각이 들던데요. 혜연님 영화제목 어떠셨어요?
조 : 영화는 처음부터 이런 컨셉으로 만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중간중간 컨셉이 많이 바뀌어서.. 인터뷰도 엄청나게 많이 했었는데, 질문들이 중간중간에 많이 바뀌었거든요. 막판에 정리되어가면서.. 사실 어떤 내용의 영화가 나올지 저희도 모르는 상태로, 심지어 전에 보여주지도 않고 극장에서 처음 개봉할 때 봐서. 저희도 제목을 막연하게 상상한 게 살짝 있긴 했지만, 어쨌든 왜 저런 제목을 달았는지 저도 잘 몰랐어요.
권 : 혹시 혜연님의 마음이나 조합원들의 마음 속에서 니가 필요해라고 혜연님이 외쳤던 소리를 감독님이 놓치지않고 대신 얘기해주신 거 아닐까요?
조 : 투쟁이 오래되고 힘들어지다 보면 빨리 정리하자고 올라오는 시기가 있잖아요. 물론 같이 했던 동지들이기는 하지만, 또 막판에 정말 안 된다, 정규직이어야 한다, 다같이 가야 한다고 더 강하게 이야기했던 분들이 조금 의외의 분들이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의 모습들을 새롭게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권 : 네, 힘들게 싸우면서 새롭게 나오는 모습인 것 같아요. 저희도 이렇게 286일 동안 농성하면서 서로 모르던 모습도 알게 되고 또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그렇게 삶을 이뤄나가는데요. 또 아팠던 모습, 상처 이런 것들을 잘 담아주신 것 같아서 지금 농성하는 저희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인 것 같아요. 제가 그 중에서 보면서 생각을 했던 게, 7명 우선복직 얘기하잖아요. 회사에서는 늘 이렇게 제안하는 것 같아요. 항상 분리해서 갈등에 빠트리게 되고 그 안에서 조합원 사이에서는 서로가 또 아파하게 되잖아요. 그 내용을 조금 소개해주시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얘기해주실까요?
조 :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중간에 선별복직안 나왔을 때 말씀하신거죠?
권 : 회사가 싸우고 있는 사람은 모두가 얼마였길래 그 중에서 7명만 우선복직해라. 서로가 머리 아파지면서 동의하지도 못하고 안하겠다고 선뜻 말하지도 못하고 아주 어려운 상황에 빠지잖아요. 그게 몇 번에 걸쳐서 계속 됐고, 그리고 마지막에 고공농성하시던 분이 그럴거면 너희도 힘들다고 말하지 이런 얘기도 하잖아요. 그에 대해서 어떻게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그런 마음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조 : 사실 상황을 보면 회사가 안 들어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다같이 싸우는 입장에서, 저희가 스피드(하청업체)만 보면 열몇 명 됐는데 그중 일곱명 들어보내주겠다는 건데.. 힘들어지면서 사람들 생계문제도 걸리고 하니까, 그렇게 일부만 들어가면 힘들 게 뻔히 알기도 하고.. 그거 가지고 고려하고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에요. 그럼 누가 먼저 들어가냐. 사실 저희가 고를 수도 없는 거잖아요. 회사가 먼저 들어오라는 순서대로 된 거였는데. 당연히 또 같이 싸우는 사람 중에 어쨌든 더 힘들만한 사람들이 들어가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보신 것처럼 어렵게 들어갔다가 그만두신 분도 생기고 연락두절된 분도 계시고 여러 과정이 있어서, 정말 우리가 몰라서 당한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당한 뼈아픈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권 : 저희도 삼성과 교섭을 하면서, 삼성에서 제일 먼저 이야기를 한 게 우선보상하겠다고 하면서 오래 끌다보니까 생계 힘들고 치료비가 감당 안되는 분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한 것이 이렇게 지금에 와서는 삼성에서는 그 얼마의 돈으로 직업병 문제 자신들이 해결했다고 하게 된거죠. 제멋대로 보상하고 보상을 어쩔 수없이 받아들인 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해야 하는 상황. 이렇게 피해자들이 분리가 된거죠. 이것을 기업에서는 악용하죠. 그래서 사실 일곱 명 남았다고 했을 때, 회사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여쭤봤습니다.
감독님께 제가 인상적이었던 게 뭐냐면.. 교섭 관련해서 회의하는 내용을 다 찍으셨어요. 그걸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었는지? 혜연씨하고도 말 편안하게 하시잖아요. 영상을 어떻게 근거리에서 마음을 터놓고 터놓은 얘기들을 온전히 들을 수 있게 되었는지...
조 : 잠깐 나오긴 했는데 워낙 농성장에서 많이 먹고 마시고 놀고 그래서요. 회의할 때 들어오지 말라고 할 수 없었어요.
김 : 명예조합원으로서^^ 어쨌든 시간이 계속 쌓여가고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관게가 아니라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의 관계로.. 그래서 이후 회의장면까지도 편하게, 마음은 편하진 않았지만 찍는 것에 대해선 제재를 받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권 : 저희도 농성장에 미디어 활동가 한 분이 그런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계세요. 네. 지금 저희끼리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혹시 오늘 궁금하시거나 이 영화 이렇게 봤다는 게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나서주셔도 좋습니다.
이종란 : 일단은 영화 너무 잘 봤구요. 사실 다른 일에 정신 팔려서 아무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사실 저는 참 서러웠어요.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 자꾸 갈라치는 모습, 정말 디테일하게 담았다는 생각. 그리고 영화 정말 시사고발프로그램 같았어요. 지엠 자본이 아니라 대책위 위원장? 그대로 보여주고 해서, 사실 그 때 많이 속상했어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힘이 될 때도 있지만, 그런 다양한 의사들도 수렴해가면서.. 회의실에서 막판까지 본부장은 설득일까 고집일까 그런 압박 속에서도 어쨌든 끝까지 동료애를 발휘했던 그 분들의 모습들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또 아까 짠했던 것은 극한적인 투쟁을 하잖아요. 얼마 전에도 기아차 고공농성에서도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해서.. 정규직노조가 힘썼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과 겹치면서, 저는 사실 말로만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투쟁에 잘 연대하지 않는 것들을 글로만 보다가 영상으로 디테일한 걸 처음 접한 것 같아요. 우리 투쟁이 참 외롭구나. 우리가 다같이 반성할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노동자는 하나다. 인간의 이런 것들이 사실 별거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의리로 지키는 것, 이 한마디로도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거 하나 지키는 게너무 어려운 세상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런 걸 지켜가는 게 우리가 싸우는 이유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권 : 말시키길 잘 했죠? 그 공간이 그런 것 같아요. 고공농성하는 장소도 너무나 허술하면서 차가웠고. 한강에 뛰어들려고 하는 공간도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고. 천막 역시 천막이라 하지만 그곳도 참 추운 곳이었을 테고. 그곳에서 한뎃잠을 자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은 어땠는지. 또 돌이켜본다면 그런 공간은 어떤 재미와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 이야기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 : 그 공간에 대한 마음은 사실 시간에 따라서 계속 변해가는 것 같아요. 제 영화에도 나오지만 저는 당사자는 아니고 옆에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한발짝 떨어져서 보는 사람의 입장이라. 그 공간을 계속 지켜내야 했던 그분들의 마음과는 또 다른 거리감이 있을 거 같은데, 일단 지금도 별반 다르지않다라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에 저는 노동자들이 어딘가에서 용역들한테 맞고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던 거죠. 그래서 이분들을 찍게 된 계기이기도 했는데. 이 분들이 바깥에서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투쟁을 시작하면서.. 밤마다 그땐 겨울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모닥불 켜놓고 빙 둘러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사랑에 관한 이야기, 가족 이야기, 게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게 그냥 좋았던 것 같아요. 아,내가 생각해왔던 이렇게 팔둑질만 하는 노동자의 모습만은 아니었던 것이 저에게 들어온 계기이기도 했고.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저 역시도 그 공간을 떠나기 싫었었고, 저의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그 공간을 조금씩 멀리하게 되면서 어느덧 피하고 싶어지는 핑계. 그에 반해 사실 핑계 때문에 또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또 멀어지게 되는 아픔의 공간이기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어떤 그리움이 묻어나기도 해요. 저에게는 한 십년여의 시간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저에겐 행복의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에, 지금도 인천에 서문 쪽을 가게 되면 거기는 뭔가 먹먹한 공간이기도 한 것 같아요.
권 : 힘겨운 투쟁의 장소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보고. 또 그런 일상을 갈구했기 때문에 정말 그리웠기도 했다는 말씀인데요. 혜연님은 그 공간에 대해..? 좋았나요? 따뜻했나요?
조 : 첨에는 비정규직 조합 사무실이 없었으니까요. 잘렸으니까 어쨌든 밖에 그런 공간이 생긴 거에요. 그렇게 모여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되게 좋았던 거 같아요. 영상엔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뭐 중간중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요. 저는 그립지만은 않지만, 농성장이 힘들면서 애틋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얼마 전에 반올림농성장에 와서 잔 적이 있는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농성장의 빗소리거든요. 빗소리 들으면서 얘기하고 그러면서 옛날 생각 나기도 하고... 그립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런 감정들이 있더라구요.
권 : 네, 그래서 그런지 아까 오셨을 때 정말 남 같지 않았어요. 저희들더러 밥먹고 오라고 해서. 이 분들 맛있는 도시락 잘 드시더라구요. 걱정하고 왔었는데 괜히 걱정한 것 같더라구요. 저희 286일 농성인데요. 그렇게 오랜 기간 농성해오셨기 때문에 그 공간, 싸움에 대한 얘깃거리. 기억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삼성 얘길 안할 수가 없는데요. 삼성이 교섭에서 그래요. 우리 직원, 우리 동료였다. 그래서 우리가 누구보다 위로의 마음을 표한다, 그래서 이 분들이 빨리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실제 피해당사자들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닐 수 있는데, 그들은 그냥 기업의 논리에 빨리 잊혀지고 묻혀지길 바라죠. 지엠대우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당사자들은 정규직이 되고 싶었을 테고 그 앞에서 기업은 어떠했는지.
조 : 처음에 싸우다보면 정규직 되고싶은 이유가 뭔가 금전적인 차별도 있고 여러 가지 차별들이 있잖아요. 돈도 돈이지만 인터뷰에 나온 것처럼 인간적인 모멸감도 있고 그런 온갖 일이 현장에서 그 안에서 비교적 정규직은 나이 많고 비정규직은 비교적 어려서. 또 여자들은 여자들이기 때문에, 편하게 한다는 이유로 서슴없이 차별적인 말을 많이 하고 그래서... 어떤 분은 정규직 얘길 하면 욕을 안 달고 얘길 안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꼭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정규직 요구하는 것만은 아닌데, 삼성에서 그런 것처럼 그런 문제가 되는거죠. 그래도 정규직은 택도 없는 얘기, 넘을 수 없는 벽인 듯 얘기도 하는데, 회사 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이들, 지나가는 시민들도 뭔가 우리가 이기적인 투쟁을 하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는 지역에서 파견직이 많은 열악한 공단이 주변에 있거든요. 그들과 비교하면 대공장의 1차하청은 대단히 조건이 좋은 거죠. 또 그 안에서 2차하청의 경우에는 1차하청이 꿈인 경우가 되게 많고. 그래서 2차하청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이기적인 투쟁인 것처럼, 이런 갈등을 회사가 부추기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권 : 어쩌면 이걸.. 에스컬레이터 효과라고 하잖아요. 제일 아픈 이가 뭔가 더 나은 조건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 나서면, 사실은 그 다음 이들의 권리가 짓밟혔을 때 또 그 분들의 권리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2차하청의 권리를 찾았을 때 1차하청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이렇게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는 것인데.. 현실은 더 하향평준화를 만든다거나, 정규직은 1차하청을 외면하고 1차하청은 2차하청을.. 그러는 사이 우리의 권리가 모두 내려가는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혜연씨의 2차하청으로 복직을 둘러싼 얘기에 동료들이 꼭 같이 가야 한다고 얘기했던 말들이 꼭 그래야만 했고, 정말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 중에 오시기 전에 저에게 많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지엠복직 후에 감독을 후원했다는 이게 무슨 얘기였죠?
조 : 저희도 뻔히 보면 딱히 수입도 없이 뭐먹고 사는지 모르겠는데. 그땐 처음에 테이프로 찍었었어요. 테이프 값만 해도 엄청나다고 했고, 맨날 찍긴 하는데 나오는 영상은 없어서 집에서 테이프 맨날 쌓아놓고 있단 얘기만 들어서 테이프값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그래서 2차 분들께서 복직을 했으니 저희가 농담처럼 술자리나 이런 데에서 복직하면 뭘해줄게 했던 얘기들이 있었어요. 그런 얘길 복직해서 꺼내는 조합원이 계셔서, 저보고 하라고 해서 너무 친해서 애매하기도 하지만. 사람들 투쟁하다 쌓인 빚도 있고 하잖아요. 약간 통큰 조합원이 계셔서 한 번 얘길 하니까 그렇게 큰 액수는 아닙니다~
권 : 그래서 감독님 지금 뭐하고 계세요?
김 : 그래서.. 제가 지금 너무 자랑스럽죠. 너무 감사해서 사실 그 돈은 못 쓰고 있어요. 도저히 쓸 수가 없는.. 정말 너무 힘들 때 공과금도 못 내고 그랬을 때 좀 쓰긴 했는데. 그 마음이 제가 이걸 써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사실 지엠의 상황도 안정적이진 못해서 오히려 역으로 제가 이분들 다시 후원해야 하지않나 이런 생각도 하긴 했는데...
어쨌든, 예전 농담으로 다 복직하시면 나 HD카메라로 바꿔주세요 했는데, 긴 시간 동안 복직한 이후에 소리소문없이 계속 뭔가를 해주고 계셔서, 요즘엔 지엠 상황이 다시 안 좋아졌는데 이분들의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권 : 그래서 앞으로 기록을 하시면서 보답하고 싶단 말씀을 하셨군요.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종란 : 마지막에 고공에 준삼씨가 꽃씨를 심었는데, 꽃이 피었는지 궁금합니다.
권 : 저 분이 꽃을 되게 좋아해요. 또 저 분이 농성하면서 꿈을 이뤘잖아요. 76개의 화분...
김 : 기록의 중요성이 중요하단 게 여기서 또 드러나는데. 꽃씨를 뿌리는 것도 찍었고, 코스모스를 심었어요. 그 코스모스가 자라서 그 곳에 지천으로 피었었는데, 제가 그만... 영상으로 이 장면을 잘 담아내질 못했어요. 저도 꽃씨를 뿌렸으면 꽃으로 뭐가 나와야 하는거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권 : 그때 HD카메라가 없어서 그쵸?
조 : 예쁘게 자란건 아니고요. 약간 뭐.. 무성하게 자랐죠. 감독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어요.
김 : 저의 주인공이십니다.
권 : 어련하시겠어요? 흐흐
감독과 주인공의관계가 정말 끈끈한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작품해설 읽으면서 마무리할게요.
“비정규직이어서, 조합원이어서, 왕따당하고 해고되고 또 해고되고 결국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쫄지 않는다. 자본이 무시해도 정규직이 외면해도 상처를 새기며 버티고 또 버틴다. 인간다운 삶을 꿈구며 선택한 길. 그 길을 최선을 다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 이어말하기,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반올림 농성 285일차 이어말하기
인천인권영화제 현장상영 - <니가 필요해> 김수목 감독 & 조혜연 활동가
사회 : 권영은
권영은(권) : 오늘은 이어말하기를 영화를 보고 시작한 관계로 조금 늦게 시작했는데요.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저희가 감독님과 출연하신 혜연님을 모셨는데요. 안녕하세요?
김수목(김) : 안녕하세요~ <니가 필요해>를 만든 김수목입니다. 반갑습니다.
조혜연(조) : 저는 지엠대우 비정규직 2차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조혜연이라고 합니다.
권 : 오늘 이렇게 낮부터 오셨어요. 오셔서 농성장 도시락도 같이 먹고 영화 상영준비도 하셨는데요 어떠셨는지 편안하게 소감부터 말씀 부탁드려요.
김 : 이야기만 듣고 있다가 농성장을 찾은 건 처음인데요. 일단 농성장 화분이 눈길을 끌어서 뭔가 아늑한 느낌을 받았구요. 그래서 쭉 둘러보면서 잊혀져있던 그런 시간들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권 : 네. 영화보니까 농성장을 저희보다 오랫동안 찾으시고 지키셨던 분이시라.. 저희 농성장 지키시는 게 쉬우셨던 것 같은 느낌이셨어요.
김 : 너무 편했구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어서 하루를 아주 잘 보냈습니다.
권 : 네 혜연 님도 소개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본 다큐가 지엠대우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였는데, 거기에 나온 혜연씨죠? 영화 보니까 다들 남성조합원인데, 도드라지게 여성조합원으로 보이기도 하던데요.
조 : 소개라고 하니까... 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요.ㅎ
권 : 그러면 제가 사실 영화랑.. 실은 못 알아뵈었어요.
조 : 부피가 많이 줄었습니다. 하하
권 : 오늘 영화에 대해 감독님이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 영화를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 어떤 내용을 담고자 했는지 영화를 소개해주시면, 영화를 보지 못한 페북 생중계로 함께 하시는 분들께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 : <니가 필요해>라고 하는 영화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구체적으로는 인천에 있는 한국지엠에서 2007년도에 해고가 되었던 비정규직노동자 분들이 4년여에 걸친 복직투쟁 과정을 카메라로 담은 영화이구요. 영화를 만든 계기는 그냥 투쟁을 이렇게 했다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자본에 의해 차별되어지는 비정규직의 존재가 투쟁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고, 다시 또 어떻게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연대라는 이름 안에서 어떻게 소외되는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에 대한 문제점들, 그리고 같이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어서 영화로 만들게 됐습니다.
권 : 처음에 영화를 보면 ‘운동권’ 용어죠. 영화에서도 꽤 많이 나와요. 그 가운데에서도 ‘함께,,우리 같이 가겠다’라는 말이 가슴에 남았던 것 같아요. <니가 필요해>라는 제목도.. 왜이렇게 따뜻한 제목일까? 생각해보니 감독님의 마음을 담은 제목이다라는 생각이 들던데요. 혜연님 영화제목 어떠셨어요?
조 : 영화는 처음부터 이런 컨셉으로 만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중간중간 컨셉이 많이 바뀌어서.. 인터뷰도 엄청나게 많이 했었는데, 질문들이 중간중간에 많이 바뀌었거든요. 막판에 정리되어가면서.. 사실 어떤 내용의 영화가 나올지 저희도 모르는 상태로, 심지어 전에 보여주지도 않고 극장에서 처음 개봉할 때 봐서. 저희도 제목을 막연하게 상상한 게 살짝 있긴 했지만, 어쨌든 왜 저런 제목을 달았는지 저도 잘 몰랐어요.
권 : 혹시 혜연님의 마음이나 조합원들의 마음 속에서 니가 필요해라고 혜연님이 외쳤던 소리를 감독님이 놓치지않고 대신 얘기해주신 거 아닐까요?
조 : 투쟁이 오래되고 힘들어지다 보면 빨리 정리하자고 올라오는 시기가 있잖아요. 물론 같이 했던 동지들이기는 하지만, 또 막판에 정말 안 된다, 정규직이어야 한다, 다같이 가야 한다고 더 강하게 이야기했던 분들이 조금 의외의 분들이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의 모습들을 새롭게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권 : 네, 힘들게 싸우면서 새롭게 나오는 모습인 것 같아요. 저희도 이렇게 286일 동안 농성하면서 서로 모르던 모습도 알게 되고 또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그렇게 삶을 이뤄나가는데요. 또 아팠던 모습, 상처 이런 것들을 잘 담아주신 것 같아서 지금 농성하는 저희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인 것 같아요. 제가 그 중에서 보면서 생각을 했던 게, 7명 우선복직 얘기하잖아요. 회사에서는 늘 이렇게 제안하는 것 같아요. 항상 분리해서 갈등에 빠트리게 되고 그 안에서 조합원 사이에서는 서로가 또 아파하게 되잖아요. 그 내용을 조금 소개해주시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얘기해주실까요?
조 :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중간에 선별복직안 나왔을 때 말씀하신거죠?
권 : 회사가 싸우고 있는 사람은 모두가 얼마였길래 그 중에서 7명만 우선복직해라. 서로가 머리 아파지면서 동의하지도 못하고 안하겠다고 선뜻 말하지도 못하고 아주 어려운 상황에 빠지잖아요. 그게 몇 번에 걸쳐서 계속 됐고, 그리고 마지막에 고공농성하시던 분이 그럴거면 너희도 힘들다고 말하지 이런 얘기도 하잖아요. 그에 대해서 어떻게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그런 마음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조 : 사실 상황을 보면 회사가 안 들어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다같이 싸우는 입장에서, 저희가 스피드(하청업체)만 보면 열몇 명 됐는데 그중 일곱명 들어보내주겠다는 건데.. 힘들어지면서 사람들 생계문제도 걸리고 하니까, 그렇게 일부만 들어가면 힘들 게 뻔히 알기도 하고.. 그거 가지고 고려하고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에요. 그럼 누가 먼저 들어가냐. 사실 저희가 고를 수도 없는 거잖아요. 회사가 먼저 들어오라는 순서대로 된 거였는데. 당연히 또 같이 싸우는 사람 중에 어쨌든 더 힘들만한 사람들이 들어가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보신 것처럼 어렵게 들어갔다가 그만두신 분도 생기고 연락두절된 분도 계시고 여러 과정이 있어서, 정말 우리가 몰라서 당한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당한 뼈아픈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권 : 저희도 삼성과 교섭을 하면서, 삼성에서 제일 먼저 이야기를 한 게 우선보상하겠다고 하면서 오래 끌다보니까 생계 힘들고 치료비가 감당 안되는 분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한 것이 이렇게 지금에 와서는 삼성에서는 그 얼마의 돈으로 직업병 문제 자신들이 해결했다고 하게 된거죠. 제멋대로 보상하고 보상을 어쩔 수없이 받아들인 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해야 하는 상황. 이렇게 피해자들이 분리가 된거죠. 이것을 기업에서는 악용하죠. 그래서 사실 일곱 명 남았다고 했을 때, 회사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여쭤봤습니다.
감독님께 제가 인상적이었던 게 뭐냐면.. 교섭 관련해서 회의하는 내용을 다 찍으셨어요. 그걸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었는지? 혜연씨하고도 말 편안하게 하시잖아요. 영상을 어떻게 근거리에서 마음을 터놓고 터놓은 얘기들을 온전히 들을 수 있게 되었는지...
조 : 잠깐 나오긴 했는데 워낙 농성장에서 많이 먹고 마시고 놀고 그래서요. 회의할 때 들어오지 말라고 할 수 없었어요.
김 : 명예조합원으로서^^ 어쨌든 시간이 계속 쌓여가고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관게가 아니라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의 관계로.. 그래서 이후 회의장면까지도 편하게, 마음은 편하진 않았지만 찍는 것에 대해선 제재를 받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권 : 저희도 농성장에 미디어 활동가 한 분이 그런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계세요. 네. 지금 저희끼리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혹시 오늘 궁금하시거나 이 영화 이렇게 봤다는 게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나서주셔도 좋습니다.
이종란 : 일단은 영화 너무 잘 봤구요. 사실 다른 일에 정신 팔려서 아무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사실 저는 참 서러웠어요.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 자꾸 갈라치는 모습, 정말 디테일하게 담았다는 생각. 그리고 영화 정말 시사고발프로그램 같았어요. 지엠 자본이 아니라 대책위 위원장? 그대로 보여주고 해서, 사실 그 때 많이 속상했어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힘이 될 때도 있지만, 그런 다양한 의사들도 수렴해가면서.. 회의실에서 막판까지 본부장은 설득일까 고집일까 그런 압박 속에서도 어쨌든 끝까지 동료애를 발휘했던 그 분들의 모습들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또 아까 짠했던 것은 극한적인 투쟁을 하잖아요. 얼마 전에도 기아차 고공농성에서도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해서.. 정규직노조가 힘썼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과 겹치면서, 저는 사실 말로만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투쟁에 잘 연대하지 않는 것들을 글로만 보다가 영상으로 디테일한 걸 처음 접한 것 같아요. 우리 투쟁이 참 외롭구나. 우리가 다같이 반성할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노동자는 하나다. 인간의 이런 것들이 사실 별거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의리로 지키는 것, 이 한마디로도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거 하나 지키는 게너무 어려운 세상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런 걸 지켜가는 게 우리가 싸우는 이유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권 : 말시키길 잘 했죠? 그 공간이 그런 것 같아요. 고공농성하는 장소도 너무나 허술하면서 차가웠고. 한강에 뛰어들려고 하는 공간도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고. 천막 역시 천막이라 하지만 그곳도 참 추운 곳이었을 테고. 그곳에서 한뎃잠을 자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은 어땠는지. 또 돌이켜본다면 그런 공간은 어떤 재미와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 이야기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 : 그 공간에 대한 마음은 사실 시간에 따라서 계속 변해가는 것 같아요. 제 영화에도 나오지만 저는 당사자는 아니고 옆에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한발짝 떨어져서 보는 사람의 입장이라. 그 공간을 계속 지켜내야 했던 그분들의 마음과는 또 다른 거리감이 있을 거 같은데, 일단 지금도 별반 다르지않다라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에 저는 노동자들이 어딘가에서 용역들한테 맞고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던 거죠. 그래서 이분들을 찍게 된 계기이기도 했는데. 이 분들이 바깥에서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투쟁을 시작하면서.. 밤마다 그땐 겨울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모닥불 켜놓고 빙 둘러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사랑에 관한 이야기, 가족 이야기, 게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게 그냥 좋았던 것 같아요. 아,내가 생각해왔던 이렇게 팔둑질만 하는 노동자의 모습만은 아니었던 것이 저에게 들어온 계기이기도 했고.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저 역시도 그 공간을 떠나기 싫었었고, 저의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그 공간을 조금씩 멀리하게 되면서 어느덧 피하고 싶어지는 핑계. 그에 반해 사실 핑계 때문에 또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또 멀어지게 되는 아픔의 공간이기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어떤 그리움이 묻어나기도 해요. 저에게는 한 십년여의 시간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저에겐 행복의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에, 지금도 인천에 서문 쪽을 가게 되면 거기는 뭔가 먹먹한 공간이기도 한 것 같아요.
권 : 힘겨운 투쟁의 장소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보고. 또 그런 일상을 갈구했기 때문에 정말 그리웠기도 했다는 말씀인데요. 혜연님은 그 공간에 대해..? 좋았나요? 따뜻했나요?
조 : 첨에는 비정규직 조합 사무실이 없었으니까요. 잘렸으니까 어쨌든 밖에 그런 공간이 생긴 거에요. 그렇게 모여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되게 좋았던 거 같아요. 영상엔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뭐 중간중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요. 저는 그립지만은 않지만, 농성장이 힘들면서 애틋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얼마 전에 반올림농성장에 와서 잔 적이 있는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농성장의 빗소리거든요. 빗소리 들으면서 얘기하고 그러면서 옛날 생각 나기도 하고... 그립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런 감정들이 있더라구요.
권 : 네, 그래서 그런지 아까 오셨을 때 정말 남 같지 않았어요. 저희들더러 밥먹고 오라고 해서. 이 분들 맛있는 도시락 잘 드시더라구요. 걱정하고 왔었는데 괜히 걱정한 것 같더라구요. 저희 286일 농성인데요. 그렇게 오랜 기간 농성해오셨기 때문에 그 공간, 싸움에 대한 얘깃거리. 기억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삼성 얘길 안할 수가 없는데요. 삼성이 교섭에서 그래요. 우리 직원, 우리 동료였다. 그래서 우리가 누구보다 위로의 마음을 표한다, 그래서 이 분들이 빨리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실제 피해당사자들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닐 수 있는데, 그들은 그냥 기업의 논리에 빨리 잊혀지고 묻혀지길 바라죠. 지엠대우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당사자들은 정규직이 되고 싶었을 테고 그 앞에서 기업은 어떠했는지.
조 : 처음에 싸우다보면 정규직 되고싶은 이유가 뭔가 금전적인 차별도 있고 여러 가지 차별들이 있잖아요. 돈도 돈이지만 인터뷰에 나온 것처럼 인간적인 모멸감도 있고 그런 온갖 일이 현장에서 그 안에서 비교적 정규직은 나이 많고 비정규직은 비교적 어려서. 또 여자들은 여자들이기 때문에, 편하게 한다는 이유로 서슴없이 차별적인 말을 많이 하고 그래서... 어떤 분은 정규직 얘길 하면 욕을 안 달고 얘길 안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꼭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정규직 요구하는 것만은 아닌데, 삼성에서 그런 것처럼 그런 문제가 되는거죠. 그래도 정규직은 택도 없는 얘기, 넘을 수 없는 벽인 듯 얘기도 하는데, 회사 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이들, 지나가는 시민들도 뭔가 우리가 이기적인 투쟁을 하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는 지역에서 파견직이 많은 열악한 공단이 주변에 있거든요. 그들과 비교하면 대공장의 1차하청은 대단히 조건이 좋은 거죠. 또 그 안에서 2차하청의 경우에는 1차하청이 꿈인 경우가 되게 많고. 그래서 2차하청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이기적인 투쟁인 것처럼, 이런 갈등을 회사가 부추기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권 : 어쩌면 이걸.. 에스컬레이터 효과라고 하잖아요. 제일 아픈 이가 뭔가 더 나은 조건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 나서면, 사실은 그 다음 이들의 권리가 짓밟혔을 때 또 그 분들의 권리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2차하청의 권리를 찾았을 때 1차하청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이렇게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는 것인데.. 현실은 더 하향평준화를 만든다거나, 정규직은 1차하청을 외면하고 1차하청은 2차하청을.. 그러는 사이 우리의 권리가 모두 내려가는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혜연씨의 2차하청으로 복직을 둘러싼 얘기에 동료들이 꼭 같이 가야 한다고 얘기했던 말들이 꼭 그래야만 했고, 정말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 중에 오시기 전에 저에게 많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지엠복직 후에 감독을 후원했다는 이게 무슨 얘기였죠?
조 : 저희도 뻔히 보면 딱히 수입도 없이 뭐먹고 사는지 모르겠는데. 그땐 처음에 테이프로 찍었었어요. 테이프 값만 해도 엄청나다고 했고, 맨날 찍긴 하는데 나오는 영상은 없어서 집에서 테이프 맨날 쌓아놓고 있단 얘기만 들어서 테이프값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그래서 2차 분들께서 복직을 했으니 저희가 농담처럼 술자리나 이런 데에서 복직하면 뭘해줄게 했던 얘기들이 있었어요. 그런 얘길 복직해서 꺼내는 조합원이 계셔서, 저보고 하라고 해서 너무 친해서 애매하기도 하지만. 사람들 투쟁하다 쌓인 빚도 있고 하잖아요. 약간 통큰 조합원이 계셔서 한 번 얘길 하니까 그렇게 큰 액수는 아닙니다~
권 : 그래서 감독님 지금 뭐하고 계세요?
김 : 그래서.. 제가 지금 너무 자랑스럽죠. 너무 감사해서 사실 그 돈은 못 쓰고 있어요. 도저히 쓸 수가 없는.. 정말 너무 힘들 때 공과금도 못 내고 그랬을 때 좀 쓰긴 했는데. 그 마음이 제가 이걸 써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사실 지엠의 상황도 안정적이진 못해서 오히려 역으로 제가 이분들 다시 후원해야 하지않나 이런 생각도 하긴 했는데...
어쨌든, 예전 농담으로 다 복직하시면 나 HD카메라로 바꿔주세요 했는데, 긴 시간 동안 복직한 이후에 소리소문없이 계속 뭔가를 해주고 계셔서, 요즘엔 지엠 상황이 다시 안 좋아졌는데 이분들의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권 : 그래서 앞으로 기록을 하시면서 보답하고 싶단 말씀을 하셨군요.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종란 : 마지막에 고공에 준삼씨가 꽃씨를 심었는데, 꽃이 피었는지 궁금합니다.
권 : 저 분이 꽃을 되게 좋아해요. 또 저 분이 농성하면서 꿈을 이뤘잖아요. 76개의 화분...
김 : 기록의 중요성이 중요하단 게 여기서 또 드러나는데. 꽃씨를 뿌리는 것도 찍었고, 코스모스를 심었어요. 그 코스모스가 자라서 그 곳에 지천으로 피었었는데, 제가 그만... 영상으로 이 장면을 잘 담아내질 못했어요. 저도 꽃씨를 뿌렸으면 꽃으로 뭐가 나와야 하는거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권 : 그때 HD카메라가 없어서 그쵸?
조 : 예쁘게 자란건 아니고요. 약간 뭐.. 무성하게 자랐죠. 감독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어요.
김 : 저의 주인공이십니다.
권 : 어련하시겠어요? 흐흐
감독과 주인공의관계가 정말 끈끈한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작품해설 읽으면서 마무리할게요.
“비정규직이어서, 조합원이어서, 왕따당하고 해고되고 또 해고되고 결국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쫄지 않는다. 자본이 무시해도 정규직이 외면해도 상처를 새기며 버티고 또 버틴다. 인간다운 삶을 꿈구며 선택한 길. 그 길을 최선을 다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 이어말하기,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