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2021.05.14]반지모 문은영 노무사/변호사 노벗 간담회

반올림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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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모 문은영 노무사/변호사님 간담회

 

- 일시 : 2021.04.23(금) 19:00 – 21:00

- 장소: 서울 구로구 구로중앙로60 대림오페라타워 502호 (반올림 사무실)

Ⅰ. 노벗 및 반지모에 참여하게 된 계기

 

2009년 노무사 시험에 합격 하기 이전부터 주변 선배들로부터 노동자의 벗, 노벗의 존재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고 자연스레 노벗 운영진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당시 노벗 프로그램 중에는 노동위원회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조사보고서를 미리 받아서 분석 후 양측에 공정한지, 심문에서 공익위원 태도가 어떠한지를 보며 현장경험을 배우러 갔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프로그램이 줄어든 것 같다.

 

합격 후, 우연한 기회에 한노보연에서 근무했던 선배가 집회에 같이 가자 해서 참석했는데, 그 집회가2010년 3월 6일의 황유미씨 추모제였다. 그 당시 추모제는 요즘과 달리 활동가들이 직접 무대랑 스피커 설치하고 추모제 전반에 걸쳐 직접 준비해야 했고, 세상에서 우리의 목소리에 주목해주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았다.

 

당시 젊은 사람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젊은 나이에 사망한 이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반도체 공장에서 사망하거나 아프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전문가들 조차 반올림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지지해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현재는 산업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반도체 공장의 위험성에 대해 연구하여 반도체공장이 유해하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연구가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반도체 공장의 위험성을 드러내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유명한 의학 교수들조차 백혈병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직업병일리 없다는 주장이 이상한 의견이 아니었다. 백혈병뿐만 아니라 여러 희귀질환 질병에 대한 관심과 연구결과가 적었기 때문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언론도 집중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집회를 통해서라도 계속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집회에 참석한 후 반올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당시에는 의욕도 많았기에 무언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활동을 시작했던 것 같다. 당시 반올림 사무실이 있던 수원을 오가며 회의에 참석하고 피해자에 대한 상담업무를 시작했다.

 

 

Ⅱ. 담당했던 사건 및 개선이 필요한 점

 

노무사가 된 초기 처음부터 산재 업무에 대한 관심은 있었고 수습 당시에도 산재 업무에 대하여 배울 기회가 있었다. 실제로 산재 환자를 만나면서 일에 대한 무게를 느꼈던 것 같다. 처음 상담을 했던 재해자는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였다. 그분의 재해경위서를 협업해 작성할 때, 반도체 공정조차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 공정부터 공부해야 했고 공대생들이 보는 반도체 관련 책도 찾아보면서 재해경위서를 작성했다.

 

재해자가 장비 이름을 설명해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경위서 작성이 어렵고 막막하기도 했다. 관련성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모아서 자료로 활용했다. 재해자들의 이야기와 전문가들의 이야기 등을 토대로 고민하고 논리를 다듬으며 체계를 만들어 갔다. 이러한 과정은 반올림 활동가들과 재해자들의 노력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게 다듬어진 논리로 이후 산재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법리적 논리로 인정받기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그 10년의 세월동안 재해자, 재해자들의 가족 및 많은 노무사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초기 상담했던 다발성경화증에 걸린 재해자들을 잊을 수 없다. 두분 다 당시 20대 후반이었는데 재해자 한 분은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 한 분은 걷는 것이 힘든 상태였다. 모두 일하는 과정에서 유해한 물질에 많이 노출되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이러한 희귀한 질환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웠다. 다발성경화증과 관련된 직업적 요인으로 지목되는 신경계 장애를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반도체 공정 중에 있었고 그 관련성을 주장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여 재해경위서를 작성했었다. 그러나 질병과 근무환경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단에서 불승인을 받고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역시 재심사도 불승인 받았다. 희귀질환의 특성, 그 명확한 과학적 입증을 하라고 하지말고 유해한 환경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서 산재인정을 호소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 당시 불승인 처분을 들고 법원에서 다퉈서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건은 로스쿨 진학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여러 연구 결과가 나왔고 법리도 적립되면서 법원에서 소송을 통해 다발성경화증이 산업재해로 인정되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산재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계를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히 증명하는 것보다.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쪽으로 법리가 정립되었다. 이후 반도체 산업에서 질병에 걸린 재해자들의 산재가 좀 더 많이 인정되기 시작했다.

 

로스쿨 진학 전 맡은 사건이 폐암 사건이었다. LCD사업장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려 돌아가신 분의 유족 사건이었다. 당시 LCD사건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다. 그 당시 3건의 폐암 사건을 수임 받았고 다른 두 사건들은 유해 인자가 비교적 명확 했지만 담당한 사건은 유해 인자 입증이 쉽지 않아 불승인 받았다. 그러나 후에 행정소송을 통해 산재로 인정받았다.

 

변호사로 돌아와 처음으로 맡게 된 사건은 파킨슨병이었다. 파킨슨병은 노년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자산업에서 일하던 젊은 분들이 파킨슨병에 걸렸다. 50대, 20대, 30대이며 공통점은 유기용제에 노출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 중 한 분은 법원을 통해 최근 산재로 인정받았다. 파킨슨병도 산재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다음맡은사건이만성신부전증에대한직업병사건이었다. 신부전증에대한사건이처음이고처음논리를만들어가야해서어려웠다. 한건은행정소송중이고한건은공단신청단계인데공단에신청한사건은2년넘게역학조사중이다. 신장은고혈압, 당뇨등여러가지기저질환의영향을많이받고서로관련이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현재행정소송중인만성신부전증사건의경우고혈압과당뇨병으로인한기저질환때문에만성신부전증이발생했다는이유로공단이불승인하였으나현재소송과정에서신장이상이먼저나타났다는의학적의견을받은상태이다.

 

최근 산재로 인정받는 질병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산재 질병의 종류가 많아지고있다. 반도체 산업의 근무환경이 유해하다는 가정하에 유해환경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유해물질로부터 노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재해자들이 산재를 인정받고 나서도 문제다. 현재 산재 급여를 받는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서비스도 여러모로 부족하다. 10년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Ⅲ. 반올림의 초기 활동 및 여러 문제의식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린 재해자를 만나러 지방에 내려간 적이 있다. 이종란 노무사와 함께 기차타고 택시를 타고 지방까지 가서 재해자를 만나 상담했다. 그 당시 재해자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 반으로 재해노동자 한명씩을 만났다. 재해자를 만나게 되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져 이야기를 듣는 것에 내심 어려운 점이 있었다.

 

초창기 산재신청을 담당하는 노무사는 적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마음과 뜻을 함께하는 여러 노무사님들이 모였고 밀려드는 산재신청 사건을 나눠서 서로 도와가며 사건을 처리해나갔다. 그 때 만들어진 반올림을 지원하는 노무사 모임(반지모)이 만들어졌다. 그 당시 사건과 제보가 밀려들어 서로 잘 모르는 상태로 연구보고서를 보며 공부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사건을 했고 차츰 반올림 사건을 지원하겠다는 노무사들이 늘어났고 현재에도 반지모 노무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반지모 노무사님들은 반올림 산재사건을 하면서 경험을 통해 산재인정시스템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역학 조사가 왜 오래 걸리는지, 재해자의 참여권이 왜 제한되는지, 의사들이 판정을 주도하는 현 질병판정위원회 구성이 타당한지, 규범적 관점에서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과 같은 문제들에 깊은 고민과 혜안들을 갖고 있다.

 

산재 인정시스템은 바뀐 점도 있지만 현재도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질병판정위원회가 생길 당시여러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사실 그 이전 근로복지공단 직원에 의한 산재인정방식은 더 문제였다.

 

 

Ⅳ.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산재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에는 개인적 이유도 있었다. 황유미를 비롯한 당시 내가 만난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내 또래 여학생들이었다. 대부분 집안형편이 어려워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반도체 공장으로 간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진학할 당시 어머니는 집안형편이 어려우니 실업계에 가라고 하셨다. 내가 실업계에 진학했다면 그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 생각이 일종의 마음의 부채로도 작용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가난한 세대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일종의 사회적인 아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자연스레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의 산재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분도 산재 사건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올림을 통해 산재를 많이 배울 수 있다. 사건을 함께 해보길 권유 드린다. 산재는 판결문을 통해 공부하고 배울 것이 많다.

 

 

Ⅴ. 질문

 

  • 노무사 이후 변호사를 하게 된 이유?

노무사가 된지 3년이 지났을 때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고 노동자 사건만 하다 보니 생계의 문제도 있었다. 또한 공단과 노동위원회에서 계속하여 지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쌓여 있었다. 로스쿨에 대한 남아있던 미련에 이런 상황까지 겹치면서 계획없이 즉흥적인 면도 있었다.

 

  • 반올림 사건(산재)을 맡으며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답답한 점 – 핵심을 한가지만 꼽자면/가장 큰 벽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 일하다 아프면 일한 경력과 작업환경을 고려하여 인정하고 발생한 재해는 사회가 책임져야할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자가 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 여러가지 자료를 준비해 결국 법원에서 인정받아야만 되는 것이므로, 가장 큰 문제이며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단순한 산재의 승인, 불승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보장서비스나 사회가 재해자들에 대한 ‘재활과 치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연계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현재도 어느정도 입증책임 완화되어 있다고 하지만 보다 더 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질병판정위원회의 의사들의 영향력을 줄이고 법률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비율을 높았으면 한다. 법원에서 업무상 질병에 대하여 진료기록감정을 통해 의사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절차가 있는데 잘 받기가 쉽지 않다. 감정의견은 판사들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데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이외에 일반 임상의들은 업무관련성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은 것 같다.

 

 

  • 반올림의 경험이 다른 산재, 다른 업무에 영향을 주거나 연결된 부분이 있는지?

 

산재 업무처리에 관해서는 주로 반올림을 통해 배웠다. 비어있는 체계, 대응 논리는 반올림과 함께 고민을 통해 채워갔다. 같이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었고, 실제 재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울 수 있었다. 재해자들의 증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재해자들이 말하는 내용은 사소한 것이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해하지 못해서 증언 중 놓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뒤돌아 보니 그 부분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파킨슨병 산재사건에서도 업무관련소견서를 받기 위해 직업환경의학의가 다시 재해자를 만나 상담을했다. 교수님은 업무상황을 다시 물어보면서 재해자도 있고 있었던 유해한 환경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재해자가 경험한 그 기억이 중요하고 그곳에 실마리가 있었다. 재해자 본인도 놓치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분에 중요한 단서가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재해자의 경험과 증언을 토대로 상상력을 가미하여 입증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야 한다.

 

  • 현재 하고 있는 활동

 

1. 여러 범죄 유형의 구속 피고인을 조력하는 형사 국선사건을 하고 있다. 저처럼 평범한 변호사는 하기 어려운 형사사건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많이 배운다. 절도, 성범죄, 도박, 마약, 보이스 피싱과 같은 여러 사건의 범죄자를 만나면서 우리 사회 또다른 단면을 보게 되고 범죄자의 열악한 삶의 단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2. 민변에서 각종 공익 사건을 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소송을 지원하는 변호인단에도 결합해 있다. 서울변호사회에서 노동인권소위원회 활동도 하고 있다.

 

3. 각종 연구사업들 – 노동건강정책 관련 포럼 운영진, 물류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연구 등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