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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논평] 인권위의 산재보험 개선 권고 반대한 노동부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2014.11.13 14:18 65

[민주노총 논평]

인권위의 산재보험 개선 권고 반대한 노동부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보도에 따르면 ‘직업병 입증책임과 사업주 날인제도 폐지 등’ 국가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노동부가 반대 입장을 제출했다. 삼성의 20대 꽃다운 여성 노동자들부터 건설현장에서 청춘을 바친 50대 늙은 노동자들까지 수많은 산재 노동자들이 직업병 인정을 받기 위해 3년~5년 동안 힘겹게 싸우다 죽음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도대체 노동부는 직시하고 있는 것인가? 발암물질에 대한 정보제공도, 안전교육도 없이 일하다가 얻은 병을 산재로 신청하면 사업장에는 최소한의 노출 기록도 없었고, 근로복지공단은 현장조사도, 역학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불승인을 남발해왔다. 매년 약 16만여 명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외국의 기준에 의하면 이중 3,000여명에서 12,000여명이 직업성 암 환자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 해에 직업성 암에 대한 산재 인정은 30건 내외에 불과하다. 이는 후안무치한 사업주와 제도적 모순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에 의한 구조적인 살인행위이다.

최근의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드러났듯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사업장은 전국에 널려 있고, 노동자들은 방치되어 있으며, 노동부의 관리 감독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사고성 재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물질을 매일같이 사용하며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건강은 내팽개쳐진 현실에서 그나마 치료도 보상도 철옹성이다.

지난 6월 국가 인권위의 권고는 산재노동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이에 노동부는 불승인 남발로 인한 억울한 죽음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국가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시급한 법 제도 정비에 나섰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무분별한 보상 및 재정 지출 우려” 등의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산재보험료를 내는 기업의 입장만을 전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과연 노동부가 누구를 위한 노동부인가를 대놓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선진외국에서는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보장성의 차이가 없어, 산재 입증책임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 사항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도 산재가 아닌 경우에도 평균임금의 60% 가까이를 휴업급여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도 산재보험료는 사업주의 부담이다. 산재보험에 대한 엄격한 인정 기준과 입증책임은 결국 사업주가 내야할 산재보험료를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시키는 것이며, 노동자와 그 가정의 생계 파탄으로 메우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부는 “산재신청 시 사업주 날인제도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신속한 요양승인을 가능하게 한다”며 ‘사업주 날인제도 폐지 권고’도 반대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궁색한 변명이다. 사업주 날인제도는 산재 신청의 신속한 요양승인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산재를 신청하면 공단이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당연히 밟게 된다. 도대체 사업주 날인이 있고 없고가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줄여 준다는 것인가?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서에 사업주 날인을 받는 과정에서 사업주에게 산재은폐를 강요당하고, 산재 신청을 포기한다. 사업주 날인이 없이 산재 신청을 하는 순간 그 노동자는 해고를 각오해야 한다. 80% 이상의 산재가 은폐되는 한국의 현실에는 ‘산재 신청 시 사업주 날인제도“가 주요한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그동안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수 년동안 사업주 날인제도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노동부는 법적 근거도 상식적 근거도 없는 사업주 날인제도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국가 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한 노동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노동부는 사업주가 내는 산재보험료를 걱정해야 하는 부처가 아니다. 이미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쥐꼬리만한 산재보험료를 내고, 그나마 다시 되돌려 받고 있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도대체 노동부는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편들기 정책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노동부는 국가 인권위의 권고를 즉각 수용하고 제도개선에 신속히 나서라.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그야말로 산재노동자의 피 눈물과 억울한 죽음을 계속적으로 외면한다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엄중 경고하는 바이다.

2012년 11월 15일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