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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기자회견자료] 56번째 삼성 직업병 사망노동자 故윤슬기님 1주기 추모 및 산재불승인 근로복지공단 규탄 기자회견|
2014.11.13 18:31 211

56번째 삼성 직업병 사망노동자

故윤슬기님 1주기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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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판정에 삼성병원의사 참여, 판정위원 비공개, 산재 불승인 결정

근로복지공단 규탄 기자회견

2013. 5. 30. 오전11시, 근로복지공단 본부 (영등포)


“故윤슬기님의 산재 불승인 결정은 무효다!”





○ 기자회견 순서

사회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연구원 손진우


참석자 소개

고 윤슬기님 약력, 산재신청 경과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추모 및 공단 규탄 발언 (1) .......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고 황유미님 부친 황상기님

추모 및 공단 규탄 발언 (2) ...... 삼성LCD 뇌종양 투병노동자 한혜경님의 모친 김시녀님

추모시 낭독

유족 발언 ....... 고 윤슬기님 어머니 신부전님

기자회견문 낭독


* 퍼포먼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듯,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에 휘둘리는 질판위에 산재노동자 권리를 내맡긴다는 뜻을 형상




국화꽃 헌화 후 마무리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은 헌화 후 갖겠습니다)


오늘 오후3시에는 서울고등법원 신관311호에서 삼성반도체 백혈병(원고 황상기, 정애정, 이선원, 송창호, 김은경) 항소심 제8차 변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원고측과 피고보조참가인(삼성전자)측의 프리젠테이션(ppt)변론이 진행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방청 부탁드립니다.




고 윤슬기님의 약력



1981년 4월 5일 군산 출생.


1999년 6월 7일, 군산여상 3학년 재학 중에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 입사


곧바로 LCD 생산라인(스크라이브공정)에 배치되어 3교대로 근무시작.

유기용제, 방사선이 노출되는 환경에서 LCD패널 절단 업무를 수행함.

시큼하고 불쾌한 냄새가 났지만 보호구는 전혀 없었음.


1999년 11월말경, 근무도중 어지럽고 숨이 몹시 차는 증세가 지속되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내원. 검사결과,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을 진단(2000년 1월).


이후 13년간을 수혈에 의지해 살아오다


2012년 6월 2일, 재생불량성빈혈이 악화되어 장출혈과 폐출혈로 사망 (만31세)





故윤슬기님의 명복을 빕니다.


○ 고인의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

재생불량성빈혈은 혈액을 만들어내는 골수가 손상되어 나타나는데, 보통구 100만명당 연간 발생률이 2~14명 사이로 보고되고 있어 매우 낮은 발생률을 가진 희귀한 질환으로, 백혈병, 림프종 등 림프조혈기계암과 같이 벤젠, 포름알데히드, 방사선, 산화에틸렌과 같은 유해인자에 노출되면 발병함


재생불량성 빈혈은 문헌고찰상 원인에 노출된 이후 단기간(6개월) 내 급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따라서 고 윤슬기님이 해당 작업에 종사한 5~6개월의 기간 동안 재생불량성 빈혈의 원인물질에 노출되었다면 질환이 발생하는데 충분한 기간임.


19세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발병시까지 다른 직업력이 없음. 입사할때까지만 하여도 수시로 헌혈을 할 만큼 건강하였고 채용시 건강검진에서도 혈액검사 결과 정상판정을 받음. 따라서 고인의 재생불량성 빈혈은 과거병력이나 다른 직업력 혹은 가족력상 선천적인 원인일 가능성은 없음.


고 윤슬기님은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에서 3조 3교대로 하루 8시간 내지 12시간씩 주야로 교대근무를 하면서 면역력이 상당히 약화되었고 또한 과도한 물량으로 인해 매우 극심한 과로에 시달림.


고인이 재직중 담당한 업무는 LCD패널을 절단하는 것이었는데 하루2~3회 이상 IPA(이소프로필알콜)와 아세톤을 사용해서 청소를 함. 여러 문헌에도 소개된 바와 같이 99년 당시 사용한 아세톤에 벤젠에 포함되어 있는 가능성은 충분.


고인이 일했던 스크라이브(scribe)공정은 세척, 화학처리, 방사선 검사를 하며, 열경화를 거치면서 열분해 산물로 나오는 벤젠과, 방사선 검사로 인한 방사선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 충분. 그러나 국소배기장치나 개인보호구는 전혀 지급되지 않았음.


같은 공정 노동자 1명은 백혈병(20대후반 남성)이 발병했고, 또다른 한명은 유방암(24세 여성)이 발병함.


따라서 고 윤슬기님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해당 질병을 일으키는 벤젠, 방사선 등에 복합적으로 단기간 노출되어 급성으로 발병되었다고 보기 충분하고 가족력 내지는 다른 원인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은 없음.

따라서 재생불량성빈혈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는 충분합니다.



산재신청 및 불승인 처분 경과


2012. 7.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에 산재 유족급여 신청. 이후 역학조사 과정을 거침.


2013. 4. 12. 근로복지공단 산하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첫 심의가 개최됨.


- 당일 심의회의에 유족의 대리인(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 출석하여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최종 의견진술서를 제출하고 약 20여분간 구술 의견을 개진을 함.


- 의견진술을 마치고 판정위원들로부터 질의응답을 받는 과정에서 한 위원이 위원장에게 ‘삼성전자 사건을 다루는데 강북삼성병원 소속 의사가 참여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라고 문제제기를 함.


- 그러자 서울질판위 위원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유권해석상 그러한 사유가 위원의 제척·기피·회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회의를 계속 진행함.


- 질의응답시간을 시간을 마치고 산재청구인의 대리인이 나온 뒤, 판정위원들끼리 판정회의를 가짐(비공개)


며칠 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판정회의 결과가 3대3 가부동수가 나와서 재심의에 회부되었다”고 통보를 받음.


(참고) 질판위 첫 심의에서 3:3 가부동수가 나올 경우, 질판위 운영규정에 따라 판정위원회 위원장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됨 (위원장은 판정회의에 공정성을 기하는 역할로서 최대한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 다만, 재 심의에서도 3대 3 가부동수가 나오는 경우 운영규정상 위원장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음.


2013. 5월초, 청구인의 대리인은 서울질판위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초심판정회의에 강북삼성병원 의사가 참여한 것은 판정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사전에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기피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따져 묻자, 판정위원이 누구인지는 원칙상 비공개라고 답변.


2013. 5. 9. 재 심의 및 판정회의 개최. 그 결과 또다시 3대 3 가부동수가 나오자 위원장이 표결에 참여하여 4대 3으로 불승인 됨.


2013. 5. 27. 불승인 통지서 도착 (첨부파일 참조)





○ 판정절차의 문제점



[문제점1] 근로복지공단(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은 산재신청 당사자에게 사전에 판정위원 기피제도 및 판정위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이름, 직업, 소속)를 사전 제공하지 않아 당사자의 법률상 권리인 ‘기피신청권’을 박탈하고 있음. 판정에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위원에 대한 기피신청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서 업무상질병 판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됨.


2009년 국정감사 및 그 이후 국정감사에도 같은 문제가 지적되었지만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음.


(아래 박스안의 내용은 2009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

○ 노동위원회의 경우 판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1)위원기피·제척·회피신청제도를 두고 회의개최에 앞서 사건당사자들에게 서면으로 개별사건에 배정된 위원들의 성명과 소속을 알려줌으로써 기피신청권을 보장하고, (2)회의진행시에도 사건당사자들에게 위원들의 성명을 공개하며, (3)위원들의 성명이 기재된 판정서를 사건당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음.

○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의 경우 (1)형식적으로는 위원기피·제척·회피신청제도를 두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회의개최에 앞서 산재신청자에게 개별사건에 배정된 위원들의 성명과 소속을 알려주지 않고 사실상 기피신청권을 박탈하고 있고, (2)산재신청자가 회의에 참석하면 위원들의 성명을 볼 수 없도록 명패를 가리고 회의를 진행하며, (3)판정서에 위원들의 성명을 기재하기는 하나 위원들의 성명이 보이지 않게 복사한 판정서를 산재신청자에게 제공하는 등 직업병 판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음.



[문제점2] 강북삼성병원은 삼성전자와 같은 삼성 계열사이자, 이 사건 재해노동자인 고 윤슬기님을 비롯하여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사업장에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병원으로 삼성전자측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서울질판위원장)은 강북삼성병원 의사를 삼성 직업병 노동자 산재판정위원으로 배치시킴.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청구인에게 해당 심의·판정회의에 참여하는 판정위원들의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 사전에 기피권 행사조차 할 수 없게 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9조 4항 및 동법 제108조 2항에서는 “당사자는 위원에게 심리·재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최소한의 법적 권리조차 위반하고 있는 것임.

무엇보다 만약 첫 판정에 앞서 강북삼성병원 의사에 대한 기피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승인)를 받을 수도 있었음.


○ 참고- 판정위원회 운영 및 판정위원의 제한과 관련 법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9조(판정위원회의 운영) ④ 판정위원회 위원의 제척·기피·회피에 관하여는 법 제108조를 준용한다. 이 경우 "재심사위원회"는 "판정위원회"로 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08조(위원의 제척ㆍ기피ㆍ회피) ② 당사자는 위원에게 심리·재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규정 제11조(심의회의 위원의 구성) ① 위원장은 규칙 제9조제2항에 따라 심의회의에 참석할 위원을 지정하는 때에는 심의 사건의 종류나 위원이 규칙 제9조제4항 및 제22조에 따른 제척․기피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위원을 지정하되, 심의회의의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전문 분야별로 심의회의에 참석할 위원을 지정할 수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규정 제22조(위원의 제척․기피․회피) ① 판정위원회의 위원은 규칙 제9조제4항에 해당되거나 공단에서 발주하는 심의사건 관련 용역 등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그 사건의 심리․재결에서 제척된다. ②제1항에 따른 위원의 제척은 판정위원회의 직권이나 신청인 또는 청구인, 보험가입자의 신청에 따른다.


[문제점3] 재 심의에서도 3대 3 가부동수가 나오자, 판정위원회 위원장(상임위원)이 불승인 표를 던져서 4대 3으로 불승인 처분을 받게 됨.


이는 결국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노동자 편이 아니라 기업(삼성)편임을 명백히 드러나는 행위임. 업무상 질병 여부에 대한 비전문가이자 근로복지공단 소속인 ‘위원장’이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부당. 위원장의 표결권 행사는 재심의에서도 제한해야 함.



[문제점4] 기업주가 화학물질 등 정보 독점하는데 산재입증은 노동자가 해야함


기업주(삼성)측이 화학물질, 방사선 등 업무상 질병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정보를 독점하고, 노동자에게 유해성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해당 질병이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를 증명하게 하는 산재입증책임 구조는 근본적인 문제이고 시급히 개선되어야 함.



故윤슬기님의 산재 불승인 결정은 무효다

불승인 결정 취소하고 산업재해 인정하라

<추모시>

너희 지금 희희덕거리고 있지만

윤슬기님의 1주기에 부쳐...

김태종 목사님


작년 이맘때 나는 이 땅에서의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다

내 삶의 미래인 줄 알았던

그것이 희망이고 기쁨인 줄 알았던

모두가 꿈의 직장이라고 말하는 그 곳이

온통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갖가지 원소들의 가시덤불이었다는 것을


그 가시들이 내 세포들을 하나하나 찌르고 깨고 찢는다는 걸

나는 그 때 몰랐다, 아니 알 수도 없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했고

그렇게 하면 잘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 눈동자에 가슴에 가득했던 아름다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만

그렇게만 생각했다


가시덤불 너머에 있는 너희들의 탐욕

그걸 채우기 위해 또 뒤엉켜 있는 제도와 구조라는 올가미와 덫은

또 얼마나 견고했는지를

나는 내 몸이 다 깨어지는 자리에서야

비로소 조금, 아주 조금 알 수 있었다


이 몹쓸 무리들아, 이 더럽고 잔인한 탐욕의 덩어리들아

내가 간 줄 아느냐

어림도 없다, 내가 어디 이대로 그냥 묻혀 썩을 줄 아느냐

작은 몸뚱이 하나 허공에 흩어지고 녹아 없어진 줄 안다면

너희들은 그야말로 청맹과니다


힘없는 작은 여성노동자 하나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숨결 멎은 것이 아니라 흩어져 곳곳에 뿌려진 씨앗이다

마른 풀 위에 쏟아진 불덩어리들이다


보아라, 저렇게 시퍼렇게 돋아나고 있는 새싹들을

보아라, 저렇게 곳곳에서 터져 오르고 있는 함성의 불꽃들을

재벌과 근로복지공단, 그리고 정권과 철없는 언론들이 아무리 덮어두려 해도

결코 덮을 수도 가릴 수도 꺼버릴 수도 없는

진실의 폭죽이다, 정의의 미래다



너희들의 탐욕이 너희들 모두는 말할 것도 없고 너희 부끄러운 자식들까지

사그리 헤어날 수 없는 저주 아래 떨어지고

마침내 내 혼이 위로받는 그 날까지

나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말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지켜본다는 걸


잊지 말아라,

꿈을 짓밟은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 보게 될 것이다

산 사람을 업신여기고

그 사람의 죽음까지 모멸한 값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를

너희가 반드시 알게 될 날이 올 터이니

나 그 때까지는 너희 곁을 밤낮으로 떠나지 않고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 터이다


알겠느냐?


[기자회견문]

* 기자회견문을 대신하여 작년 6월 3일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반올림의 공유정옥님이 적었던 글을 아래 담아 봅니다.



군산, 윤슬기님의 장례식장입니다.


이렇게 빨리, 이렇게 갑자기 떠나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붉은 피를 코와 입으로 쏟으며 조금씩 조금씩 꺼져가던 당신의 모습을 보며

미안하다, 사랑해, 좋은 곳에 가서 쉬렴, 얼굴을 쓸어안던 어머님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참으로 아팠습니다.


어느 삶이건 그 끝이 가슴아프지 않겠습니까만,

한 시간 두 시간 흐르면서 점점 창백해지던 당신의 얼굴에서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병을 진단받고도 씩씩하게 대학 공부를 결심하던 이십 대의 당찬 여성이 떠올랐고,


오랜 치료 부작용으로 뼈가 괴사되어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면서도

더 이상 신을 수 없게 된 제 구두를 친척들에게 나누어주려고 발 크기를 묻던 정겨운 언니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열 여덟에 공장에 들어가, 시큼하고 역겨운 냄새를 맡으며 일하던 어린 노동자가 떠올랐습니다.


이제 이 곳 장례식장에 앉아

당신이 꼭 닮은 당신 어머님의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있으려니

오늘 지켜본 당신의 마지막 모습이 꼭 거짓말인 것만 같습니다.


엄마 나는 미래가 없나봐, 한탄하던,

억울해요, 진짜 억울해요, 분노하던,

그 슬픔과 분노의 끝에 그래도 희망을 하나 얹는 것은 잊지 않았던,

우리가 만난 서른 한 살 당신의 '현재'가, 당신의 '오늘'이

2012년 6월 2일을 끝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직접사인 장출혈, 폐출혈.

선행사인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1981년 4월 5일 식목일에 태어난 당신의 이름 석자가 박혀있는 문서의 제목이

왜 사망진단서여야 하는지 원통합니다.



LCD를 만드는 공장에서 당신이 맡았던 시큼하고 역겨운 냄새는 무엇이었을까요.

대한민국 어느 회사건 예외없이 경제위기를 운운하며 생산과 품질을 몰아쳤을 1999년 당시에 갓 입사한 열 여덟 당신은 하루 하루 어떻게 노동하고 어떻게 병들어갔을까요.


당신과 같은 이름의 병에 걸렸던 분들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이십 대 남성은 4~5개월만에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렸다고 전화를 해왔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에 일했던 모 반도체 공장 노동자는 1년 반만에 이 병에 걸렸습니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했던 유명화님은 2000년에 입사하여 16개월만에 이 병에 걸렸습니다.

삼성반도체에 1995년에 입사했던 여성 노동자는 입사 17개월만에 스물 두 살에 이 병에 걸렸습니다.

그나마 제일 오래 일했던 분들도 반도체 공장에서 조립, 검사, 도금 업무를 하며 4~5년을 일했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 삼성반도체에서 처음으로 재생불량성빈혈로 산재를 인정받은 김지숙님은 1993년에 입사하여 5년을 근무했었죠.


도대체 무엇이 이 젊은 이들을 몇 년, 심지어 몇 개월만에 이렇게 큰 병에 걸리게 만들었을까요.

얼마나 독한 화학물질과 방사선과 노동강도였길래

이 청춘들이 그 짧은 시간에 병들어가야 했던 걸까요.

이 원통한 죽음에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걸까요.


윤슬기님은 반올림과 만나 산재신청을 준비해왔습니다.


노동으로 마감한 그녀의 십대와, 투병으로 가득 채운 그녀의 이십대,

그리고 미처 열지도 못하고 닫아야 했던 그녀의 삼십대를 기억합시다.


산재로 인정받아, 그 억울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고

어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했던

너무도 정당한 그녀의 권리를 함께 지킵시다.

 

윤슬기_유족급여_등_처리결과_알림.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