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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이제 삼성을 바꾸는 2단계 싸움에 들어갑시다 (최종범 열사 장례식에 붙여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2014.11.13 23:40 77

이제 삼성을 바꾸는 2단계 싸움에 들어갑시다

최종범 열사 장례식에 붙여

전태일을 따르고자 했던 최종범 열사의 장례가 12월 24일 치러집니다. 혹한의 날씨를 견디며 삼성 앞에서 노숙 농성 투쟁을 전개했던 유족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그리고 열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함께 한 많은 이들 모두 애쓰셨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최종범 열사를 기억하고자 하고, 열사가 남긴 별이를 위로하고자 했던 모두의 노력이 오늘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삼성과 금속노조는 12월 20일 삼성전자서비스 임원이 유족과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전국 서비스 센터에 리스차량 혹은 유류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상호 합의 하였습니다. 노조활동을 인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건당 수수료’임금체계 또한 2014년 단체협상과정에서 성실하게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삼성에 대한 직접고용을 관철시키지 못했고, 공식적으로 삼성이 직접적인 책임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 것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삼성은 결국 “최종범”을 인정하고,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을 인정한 것입니다. 각 센타에 노조탄압 중단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겠다고 한 약속이 바로 그것입니다. ‘최종범’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라고 인정한 것이며, AS엔지니어들의 사용자임을 인정한 셈입니다. 물론 아직도 형식적으로는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삼성과 금속노조가 합의한 내용들은 일선 협력업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삼성이 스스로 각 센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서비스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각 협력업체 바지사장들은 스스로 임금을 올려줄 수도, 조정할 수도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리스차량을 제공하고 유류비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겠습니까? 삼성이 자신들과 아무 상관없는 계약업체들에게 왜 유류비를 지급하고 리스차량을 제공하겠습니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아무리 경총을 내세우고 직접 서명을 하지 않더라도, 모든 과정에 삼성이 결정하고 삼성이 판단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투쟁을 작지만 큰 승리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유족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동지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어엿한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승리이자 성과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동지들은 십 수 년 배고프다는 외침을 토해냈지만 지금까지 삼성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삼성이 반응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것입니다. 최종범 열사의 투쟁과, 삼성저자서비스지회의 투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타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힘을 경험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고 옆에서 응원했던 동료 기사들도, 눈치를 살피던 동료 기사들도 노동조합의 힘을 그리고 조합원들의 헌신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큰 힘입니다.

이제 이 힘으로 삼성을 바꾸고, 삼성노동자들의 삶을 바꾸는 2단계 투쟁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최종범 열사의 정신을 받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작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도 삼성과 해결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각 협력업체 사장들의 노조탄압은 공문 한 장으로 중단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의 일치단결된 힘과 지속적인 투쟁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를 바꾸고 본 협상에서 삼성이 직접 교섭에 나서게 하는 것이야 말로 삼성저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과제입니다.

열사투쟁의 경험으로 본다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삼성을 바꾸는 투쟁이 삼성노동자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삼성을 바꾸고 삶을 바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삼성 노동자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이제 열사는 편한 곳으로 보내드리지만, 우리는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노동의 현장으로 돌아 가야 합니다. 그래서 열사가 남긴 과제를 풀기 위해 동료 노동자들을 만나고, 삼성전자서비스만이 아니라 다른 삼성 사업장의 노동자를 만납시다. 그리고 한국사회 고통 받고 차별받는 모든 이들을 만나, 연대의 경험을 이야기 합시다.

그것이 최종범 열사의 장례를 치루면서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일 것입니다. 12월 24일 최종범 열사의 장례는, 슬픈 장례식이 아니라 온누리에 평화와 사랑을 전해준 아기예수의 마음처럼 연대와 희망의 장례식입니다. 최종범 열사의 장례를 투쟁의 종결이 아닌 희망의 시작으로, 삼성과의 2단계 싸움의 출발로 만들어 갑시다.

아직 삼성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여러분은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2013년 12월 24일

삼성노동인권지킴이